[부산/경남]농촌지자체 “中3 두뇌유출 막아라”

  • 입력 2002년 12월 6일 22시 14분


이달 중순부터 시작되는 인문계 고교 전형을 앞두고 경북과 경남 등 농어촌 지역이 많은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우수 학생을 타 시도로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일부 자자체는 장학금 조성과 우수교사 초빙 교육시설 개선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 중이다.

그러나 자기고장 출신 중학생들을 자기 지역의 고교에만 진학시키려는 것은 학생들의 고교 선택권을 막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지역 학교로 오세요”〓조유행(曺由幸) 경남 하동군수는 6일 지역 내 중학교 3학년 학부모 600여명에게 ‘내고장 학교 보내기 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다.

조 군수는 “우수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급과 우수교사 초빙, 교육시설 개선을 통해 하동 교육의 미래를 찾겠다”며 “많은 학생이 도시지역으로 빠져나가는 현실을 극복하지 않으면 지역 발전도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이에따라 하동군은 군 예산 20억원과 하동화력발전소의 지원금, 출향인사 성금 등으로 ‘하동 인재육성 장학재단’을 내년 3월 설립할 계획이다.

고성군도 ‘사단법인 고성군 교육발전위원회’를 만들어 내년 3월 창립총회를 갖기로 했다. 발전위원회는 2007년까지 5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장학사업과 우수인재 지원에 사용하기로 했다.

인구가 3만9000명까지 줄어든 산청군은 1998년 회원 200명으로 ‘산청군 향토 장학회’를 설립한 뒤 14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활용하고 있다.

의령군은 ‘우리고장 살리기 운동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지역 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으며, 함양군은 지난해 1월 출범시킨 ‘함양군 장학회’에 기금 12억원을 적립했고 100억원까지 늘려나가기로 했다.

경북지역의 경우 군위군이 1999년 교육발전위원회를 설립, 9억원 가량의 장학기금을 모았다. 군은 이 장학금으로 지금까지 700여명의 중 고교생에게 4억원가량을 지급했다. 박영언(朴永彦) 군위군수는 “2010년까지 30억원을 목표로 기금조성에 나서고 있다”며 “인구감소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교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주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영천시도 2010년까지 50억원의 기금조성을 목표로 장학회를 설립했으며 성주군 영덕군 의성군 등도 교육발전위원회와 장학회를 발족해 교육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역이기주의 우려〓‘내고장 학교보내기 운동’이 농어촌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을 빼앗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특히 내년부터 시작되는 자율학교와 자립형 사립고는 고교간의 경쟁을 촉진하는 새로운 유형이지만 내고장 학교보내기 분위기에 밀려 교육프로그램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부터 자율학교로 출발하는 경북도의 고교 관계자는 “우수학생에 대해 미국 어학연수 등 파격적인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나 다른 시군의 중학생들에게 이를 알릴 기회조차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수학 특성화 자립형 사립고로 출발하는 전북 전주 상산고의 경우 360명 모집에 전국에서 800여명이 지원했다. 지원자의 출신지역은 전북을 포함해 서울 광주 대전 충북 경남 경북 제주 등이었다.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지역내 고교진학을 권유하면 뿌리치기 어렵다”며 “전국 고교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객관적으로 제공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승회(都升會) 경북도교육감은 “내고장 학교보내기 운동도 근본적으로는 학교시설을 개선하고 우수한 교사를 확보하는 등 교육여건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며 “이를 통해 농어촌 지역에도 학교간의 경쟁이 활발해야 우수학생의 도시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진주〓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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