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철새 월동 수난

  • 입력 2002년 11월 22일 18시 38분


천연기념물 250호 재두루미
천연기념물 250호 재두루미
겨울을 나기 위해 몽골이나 시베리아에서 수천㎞를 날아 경기 파주시 임진강변 일대를 찾는 독수리(천연기념물 243호)와 두루미(천연기념물 202호),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50호) 등 국제 보호조류들이 서식지 파괴와 밀렵으로 수난을 당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민통선 지역인 파주시 대성동 마을에서 독수리 10여마리가 죽거나 탈진상태로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겨울이 보호조류들에게 최악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서식 실태〓국립환경연구원과 한국자연정보연구원이 공동으로 2000년 말 경기 북부와 강원 철원군에서 독수리 서식 실태를 조사한 결과 837마리가 월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 이후는 한번도 공식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천연기념물 243호 독수리

또 한국자연정보연구원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올해 파주시 임진강변 일대에는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각각 500여마리, 고니 30여마리, 개리(천연기념물 325호) 500여마리가 월동 중인 것으로 추정됐다.

▽파괴되는 서식지〓곳곳에서 행해지는 도로공사 등 각종 개발은 겨울철새들에게 최대의 적이다. 보금자리인 서식지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파주시 적성면 두지리 일대는 지난해 봄부터 4차로 도로 공사가 시작되면서 매년 이곳을 찾던 독수리들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또 올 들어 민통선지역 내에서 경의선 철도와 도로 공사가 시작되면서 도라산 일대에 서식하던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자취를 감춰버렸다.

파주시 문산읍 장산리 일대의 자연습지는 민간인 통제구역이라 그동안 독수리들이 많이 찾았지만 골재 채취가 행해지고 군이 각종 시설물을 설치하면서 지금은 먹잇감이 사라져 떠난 상태다.

시베리아에서 겨울을 나려고 파주시를 찾는 개리는 탄현면 성동리 오두산 전망대 일대를 주요 서식처로 삼았지만 2∼3년간 관광용 시설물이 설치되고 골재 채취가 행해지면서 오갈 곳을 잃었다.

▽여전한 밀렵〓매년 겨울 수십마리의 독수리가 굶어 죽거나 독극물에 의한 중독으로 폐사하고 있다. 밀렵꾼들이 겨울철새인 쇠기러기나 청둥오리, 비오리 등을 잡기 위해 미끼에 맹독성 농약을 묻힌 탓에 이를 먹고 숨진 오리류를 독수리들이 먹기 때문.

개발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활동영역이 좁아지자 독수리나 두루미들은 예전과 달리 대규모로 무리를 지어 생활하게 됐고 이 때문에 독극물에 의한 집단 폐사가 자주 발생하게 됐다.

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지회 한갑수(韓甲洙·49) 지회장은 “일부 밀렵꾼들은 맛이 좋다는 헛소문을 퍼뜨리며 두루미를 직접 잡기도 한다”며 “독극물에 의해서든 굶주림에 의해서든 올해도 겨울철새들의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책〓파주지역 시민단체들은 매년 돼지와 닭, 수t의 곡식을 먹이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서식지가 파괴돼 대규모로 무리를 지어 생활하고 있는 겨울철새들에게는 이런 방식의 먹이 제공이 항구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한국자연정보연구원 노영대 원장(51)은 “서식지를 보호하고 파괴된 서식지는 복원해야 하며 각종 개발을 할 때는 대체서식지를 조성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파주〓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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