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윤락가 없어질까

  • 입력 2002년 11월 21일 22시 23분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 등 서울의 대표적인 윤락가를 도심 재개발 방식으로 정비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이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는 20일 이명박(李明博) 시장의 지시에 따라 서울의 대표적인 윤락가 3곳을 체계적으로 개발해 자연스럽게 불법 윤락업소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우선 정비대상 윤락가는 △성북구 하월곡동 길음3동 일대 ‘미아리 텍사스촌’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 588’ △용산구 한강로 2가 ‘용산역 앞’ 등이다. 이들 지역이 우선 정비대상으로 꼽힌 것은 강동구의 ‘천호동 텍사스촌’ 등 다른 곳과는 달리 비교적 재개발이 쉬운 상업지역이기 때문. 청량리 588과 용산역 앞은 이미 재개발구역으로, 미아리 텍사스촌은 개발계획이 상세히 정해진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따라서 건물 소유주들이 합의해 ‘업종’을 변경하고 번듯한 상업 업무시설을 짓겠다고 요청하면 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나아가 윤락가를 관통하는 폭 16m의 도로를 뚫고 무허가 건물을 철거하면 자연스럽게 윤락업소가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란 게 서울시의 계산이다.

해당 구청은 서울시의 계획을 적극 반기는 분위기. 미아리 텍사스촌을 관할하는 성북구청은 “현재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연면적 비율)이 500%로 묶여있는 이 지역 주민들이 용적률을 높여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요구하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서울시의 입장이 다르다. 시 진철훈(秦哲薰) 도시계획국장은 “토지의 일부를 공원 등 공공용지로 내놓으면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용적률 제한을 일부 완화해줄 수는 있지만 ‘특혜’는 생각할 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는 지난해 “윤락가를 자진 철거할 테니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하는 것을 허용해 달라”는 천호동 텍사스촌 건물주들의 요구에 대해서도 “형평에 어긋난다”며 거부한 바 있다.

땅 주인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서울시의 기대처럼 업주들이 자발적으로 윤락가 개발에 나설지 미지수다.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청량리 588 일대는 1994년 도심재개발지구로 지정됐지만 지금까지 단 한 평도 개발되지 않았다”며 “시가 특단의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다면 윤락가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아리 텍사스촌의 한 업주는 “건물주들이 인센티브를 받아 개발을 추진한다 해도 당장 생계가 막막해지는 포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건물주에게 1억원이 넘는 권리금을 주고 영업하는 업주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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