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현두/행자부는 종이호랑이?

  • 입력 2002년 11월 6일 19시 27분


사상 처음으로 6급 이하 공무원들의 파업투쟁이 벌어진 4일과 5일. 이들의 파업투쟁을 저지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행정자치부 간부들의 얼굴에는 허탈감이 역력했다.

장관까지 직접 나서 파업에 참가하는 공무원에 대해 중징계와 함께 법적 책임까지 묻겠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으나 연가를 낸 공무원이 전국에서 2만여명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만큼 공무원들이 행자부의 경고를 단순한 ‘엄포’ 정도로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심지어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연가 신청을 받아주지 말라는 행자부의 지침을 비웃기라도 하듯 공무원들의 연가 신청을 모두 받아주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파업에 참가한 공무원들의 징계 문제를 놓고 행자부 간부들 사이에서는 무력감마저 퍼지고 있다.

현재 공무원법상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소속 노조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방공무원의 징계권은 자치단체장이 갖고 있다. 행자부장관은 징계를 요청할 수 있을 뿐이다. 문제는 이들 단체장이 다음 선거에서의 ‘표’를 의식해 지역 여론 주도 세력의 하나인 지방공무원들의 징계를 꺼린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달 초 행자부장관실에서 기습 농성을 벌인 전공노 소속 노조원 6명에 대해서도 행자부가 강력히 징계를 요청했으나 해당 자치단체에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단체장들은 아예 “행자부 입장과 지자체의 입장은 다르다”며 노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이번에도 행자부가 아무리 자치단체에 노조원들에 대한 중징계를 독려하더라도 징계는 극소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행자부도 인정한다.

다만 단체장의 손안에 있는 징계의 칼자루가 칼날이 돼 단체장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 갈 수도 있다고 행자부 간부들은 경고한다.

앞으로 제2, 제3의 공무원 파업이 발생해 더 많은 공무원이 참가한다면 그에 따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고, 그러면 애꿎은 피해를 본 국민이 이를 막지 못한 단체장을 표로써 심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득실보다는 주민을 우선적으로 생각해 달라는 것이 단체장들에 대한 행자부의 바람이다.

이현두기자 사회1부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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