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공무원 '입맛'부터 높여라

  • 입력 2002년 10월 22일 18시 11분


2002년 부산은 우리나라에서 ‘축복받은 도시’로 불린다.

아시아경기대회(AG)와 아시아·태평양장애인대회를 비롯해 세계합창올림픽 월드컵 국제영화제 등 굵직한 국제행사가 봇물터지듯 한꺼번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8월 지하철 2호선 완전개통과 올 연말 광안대교 완공 등 사회간접자본도 확충돼 외형상으로는 부산시가 목표하는 국제도시로 성공적인 진입을 하는 듯하다.

일단 양적인 팽창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과연 그런 국제행사를 깔끔하게 치르고 관광객을 다시 오게 할 내실이 다져지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달 수 밖에 없다.

AG를 치르기 위해 급하게 포장한 도로는 벌써 패이기 시작했고 부산을 둘러본 외국 관광객들은 ‘별 거 없네’ ‘지저분하네’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들에게 부산에 대한 소감을 물어보면 ‘원더풀’ ‘뷰티풀’이라고 외치지만 어느 정도 친밀감을 쌓은 뒤 사석에서 다시 물어보면 수많은 불만을 토로한다.

일본에서 온 한 관광객은 부산역 뒤 부두도로를 지나가면서 그 열악한 포장수준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도로의 포장상태만 보고도 그 도시의 수준을 한눈에 알아 차렸다는 눈치였다.

또 다른 독일 관광객은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해운대와 태종대 등을 둘러보고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너무 시시하고 아무런 한국적인 특색도 없는 데다 지저분하다는 것.

시민들의 눈에는 익숙해져 보이지 않던 문제점이 이방인들에게는 심하게 거슬리는 모양이다.

부산을 아름답게 꾸미려면 공무원들의 입맛부터 까다로워져야 한다.

한 대기업에서는 고급 전자제품을 만드는 개발담당 직원들의 안목을 높이기 위해 1년간 유럽에 보내 최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을 경험시키며 귀족적인 생활을 시켰다고 한다.

그랬더니 귀국한 직원들의 ‘입맛’이 까다로워지고 안목이 높아져서 개발한 제품의 아주 사소한 불만을 참지 못하고 개선을 거듭해 일류 상품을 만들었다는 일화가 있다.

대규모 컨벤션센터를 만들고 국제행사를 유치했다고 국제도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이나 시민 모두 까다로운 안목을 가지고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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