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업씨 말 믿을수 있나

  • 입력 2002년 9월 30일 18시 56분


김대업씨가 8월에 제출한 테이프 - 동아일보 자료사진
김대업씨가 8월에 제출한 테이프 -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아들 정연(正淵)씨 병역면제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金大業)씨가 검찰에 제출한 테이프와 김씨 주장의 신빙성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문제는 김씨가 전 국군수도병원 부사관 김도술씨의 진술이 녹음됐다며 검찰에 제출한 테이프가 김대업씨가 주장했던 ‘원본’(최초 복사본이라는 의미)이 아니라 최초 복사본을 다시 복사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대업씨는 8월 12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원본’이라며 테이프를 검찰에 제출했는데 논란의 대상은 두 번째 제출한 테이프.

김씨는 “테이프에 99년 3∼4월 김도술씨가 이 후보의 부인에게서 돈을 받고 정연씨 병역면제 과정에 개입했다고 시인한 진술이 녹음돼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최초 복사본을 다시 복사한 테이프를 검찰에 제출했다는 사실은 9월 17일 소니코리아 직원 정모씨를 통해 확인됐다.

정씨는 검찰에서 “김대업씨가 제출한 테이프의 모델 및 일련번호(시리얼 넘버)를 조사한 결과 테이프가 제작 판매된 시점이 99년이 아니라 2001년”이라고 설명했다는 것.

김씨는 99년 보이스펜으로 김도술씨의 진술을 녹음했고 녹음 당일이나 다음날 테이프에 녹음을 옮겼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테이프가 2001년에 제작됐다는 것은 곧 김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김대업씨도 9월 26일경 검찰에서 테이프가 최소 복사본을 복사한 것이라고 시인했다. 이에 따라 검찰에 제출한 테이프가 ‘원본’(최초 복사본)이라고 거짓말을 한 배경에 의혹이 제기되면서 일부에서는 테이프가 위변조됐을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최초 사본이나 이를 한번 복사한 것이나 음질에 별 차이가 없어서 그렇게 말했다”며 “최초 사본은 언제 필요할지 몰라 내가 보관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 등 일부에서는 “김씨가 테이프를 복사하며 내용을 위변조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원본’이라고 거짓말을 한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10월 초로 예정된 테이프에 대한 성문(聲紋) 분석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테이프가 위변조됐는지를 가리는 것은 성급하다는 입장이다.

김씨가 8월 12일 검찰에 제출한 테이프는 김씨가 김도술씨의 진술을 녹음했다는 99년 이전에 제작 판매된 테이프라는 점도 검찰이 위변조 논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한 배경이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보이스 펜…대화없을땐 녹음 자동정지▼

김대업(金大業)씨가 사용했다는 ‘보이스펜’은 만년필형 녹음기의 상품명 가운데 하나로, 정식 명칭은 ‘디지털 보이스 리코더(DVR)’다.

만년필과 비슷한 모양이어서 양복 주머니 등에 꽂아 놓고 상대방이 모르게 대화를 녹음하는 데 주로 쓰인다. 내장된 마이크로 녹음하거나 외부 마이크를 꽂은 뒤 옷소매나 주머니에 선을 연결해 녹음하기도 한다.

초기 제품의 경우 녹음시간이 1시간∼1시간30분에 불과했고 아날로그 방식이어서 녹음테이프에만 옮길 수 있었다. 그러나 최신 제품들은 디지털 방식이어서 녹음 내용을 컴퓨터에 파일로 옮길 수 있고 최대 20시간까지 녹음이 가능하다.

보이스펜은 녹음 도중에 대화가 끊어지면 녹음이 중지되도록 돼 있어 중간에 0.1∼0.3초의 짧은 단절이 생길 수 있다. 김씨가 98, 99년 사용한 보이스펜은 1시간 동안 녹음이 가능하며 아날로그 방식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