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하회별신굿탈놀이 보존회 안동서 6년째 공연

  • 입력 2002년 9월 29일 20시 08분


“공연 때마다 공연장을 가득 메울 정도로 우리 전통문화를 사랑해주는 관객들이 그저 고마울 뿐이지요.”

경북 안동 하회마을 입구 공연장에서 6년째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하회별신굿탈놀이 보존회.

중요무형문화제 제69호인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생생하게 이어가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1997년부터 주말마다 계속되고 있는 상설 공연을 본 관객은 50만명에 이른다.

“800년을 이어 온 탈놀이가 1928년 이후 중단됐어요. 30년 전부터 하회탈놀이를 계승하려고 자료를 모으면서 뛰어다녔지만 ‘하찮은 일을 한다’며 손가락질만 받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뿌듯해요.”

임형규(林衡奎·50·선비역·인간문화재) 회장은 “사라질 뻔한 소중한 문화유산을 뜻있는 사람들이 의기투합해 살려냈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고려 중엽부터 시작된 하회마을 별신굿탈놀이는 마을 공동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과 모순을 탈놀이를 통해 해소함으로써 마을의 결속을 다지는 역할을 해왔다.

임씨는 73년 20여명으로 하회가면극연구회를 만든 뒤 하회별신굿탈놀이 복원에 나섰다. 80년 중요무형문화제로 지정된 것은 연구회의 노력이 가져온 큰 결실이었다.

현재 보존회는 인간문화재 3명을 포함해 전수조교와 이수자 등 40여명으로 구성돼 상설공연은 물론이고 일본 미국 중국 등지에서 연간 200여차례의 공연을 하고 있다.

“웃는 표정의 탈을 쓰더라도 역할을 맡은 사람의 마음이 우울하면 탈의 표정이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요. 관객과 만날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이 생명력이라고 봅니다.”

부네역을 맡은 손상락(孫祥洛·44) 안동민속박물관 학예사는 “사람들이 살면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모습들이 탈놀이를 통해 재미있게 전달돼 관객들의 공감을 사는 것 같다”고말했다.

각시역의 손영애(孫英愛·41)씨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처음에는 보존회 참여도 거부당했다”며 “1시간 공연이 쉽지는 않지만 관객과 하나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가을축제에서 7차례 공연을 한다. 최근 한국의 전통문화에 큰 관심을 보이는 프랑스가 하회탈놀이 등 한국의 공연단체들을 초청한 것이다.

한편 한국의 대표적인 탈춤축제로 자리잡은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27일부터 10월6일까지 하회마을과 낙동강변 등에서 열린다. 봉산탈춤 북청사자놀음 등 중요무형문화재 13개팀과 중국 일본 캐나다 등 6개국 11개팀이 100여차례 다양한 탈춤을 선보인다.

안동〓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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