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소년 저체온死 단정은 무리”

  • 입력 2002년 9월 29일 18시 25분


경찰이 ‘개구리 소년들’의 사인을 사고에 의한 저체온사(低體溫死)로 추정하는 것과는 달리 전문가들은 가능성은 있지만 ‘단정하기에는 무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저체온사란 저온으로 체열이 방산되는 정도가 체내 열 생산보다 많아 죽게 되는 것. 이때 호흡조절 기능의 마비로 일종의 환각증세를 일으켜 스스로 옷을 벗는 경우가 있으며 여성의 경우 이 때문에 강간에 의한 사망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개구리 소년들의 경우 체육복 팔 부분에 매듭이 있는 점, 유골들이 바람과 비를 다소 피할 수 있는 구덩이에서 엉켜 있는 모습 등이 저체온사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저체온사는 기온이 낮을수록 발생 가능성이 크지만 반드시 영하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일반적으로 섭씨 5도 이하면 발생할 수 있다. 또 몸이나 옷이 물에 젖으면 수분 증발로 체온이 빨리 떨어져 이 같은 현상을 촉진시키기도 한다.

더욱이 실종 당일 오후 6시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기온은 최저 3.3도 최고 12.3도로 쌀쌀한 편.

또 산에서 일몰 이후에는 체감온도가 더 내려가므로 개연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가능성에 대해 “더욱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천의대 길병원 응급의학과 이근(李瑾) 교수는 “어린이라도 자기 보호본능이 있고, 서로 껴안는 등의 방법으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며 “이론적인 가능성은 있지만 저체온증에 그렇게 쉽게 빠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법의학과 이윤성(李允聖) 교수는 “저체온사는 체온이 32도 이하로 내려갔을 때 생길 수 있는 것으로 동사(凍死)와는 의미가 다르다”며 “당시 온도가 3.3도까지 내려갔다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그것만으로 저체온사가 사인이라고 추정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김영민(金英玟) 교수는 “체온이 떨어지면 합병증 발생과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고 저체온이 심해지면 심장이 멈추기도 한다”며 “하지만 가능성 정도지 체온만으로 사망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화성 연쇄살인사건이 한창일 때 한 여성이 국도변에서 벌거벗은 시체로 발견돼 연쇄 살인범의 소행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며 “조사 결과 수백m 전부터 옷가지가 하나씩 떨어져 있었고 술에 취한 뒤 밤길을 걷다가 저체온으로 인한 환각으로 옷을 벗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대구〓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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