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전남 농어민 우울한 한가위

  • 입력 2002년 9월 16일 20시 11분


추석을 앞둔 전남지역 농어민들은 깊은 시름에 젖어있다.

농촌에서는 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벼에 치명적인 백수(白穗) 및 흑수(黑穗)현상이 번져 수확 감소가 불가피해진데다 바다에서는 전어, 갈치 등 어획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16일 전남도에 따르면 강한 바람으로 벼 알의 수분이 말라 백색이나 흑색으로 변해가는 백수 및 흑수현상으로 해를 당한 면적을 최종 집계한 결과 5만5600㏊로 나타났다.

이는 전남지역 벼 전체 재배면적 21만2900㏊의 26%로 지역별로는 신안군이 9137㏊로 가장 많고 나주시 8145㏊, 함평군 5806㏊, 해남군 4371㏊, 진도군 3995㏊ 등이다.

백수 및 흑수현상이 나타난 벼는 알이 제대로 여물지 않아 수확량이 30%이상 줄 뿐만 아니라 설사 수확을 하더라도 미질(米質)이 크게 떨어져 수매 때 제값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 진도군 진도읍 전두마을 정동전 이장(43)은 “6000여평 간척지 벼가 하얗게 변해버려 수확을 포기해야할 형편”이라며 “20년 넘게 농사를 지었지만 이번처럼 피해가 큰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어민들도 최악의 추석을 맞고 있다. 전남 목포수협 위판장에 따르면 1일∼13일 갈치 위판량은 2095상자(상자당 18㎏)로 지난해 같은 기간 5000상자의 4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목포와 광양수협 위판장에 들어오는 젓새우도 80%이상 급감했다.

또 전어도 어획량이 지난해에 비해 70%이상 줄어 어선들이 출어비용도 건지지 못하고 있다.

수산 전문가들은 남해안 일대의 흉어의 원인을 늦더위로 바닷물 온도가 예년보다 1∼2도 높은 25도를 유지하고 있고 태풍으로 염분농도가 떨어진데다 육지의 물이 유입돼 바다환경이 변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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