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의 기쁨… 새삶에 눈 떠” 사회봉사명령자 수해복구

  • 입력 2002년 8월 30일 18시 07분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수해 복구작업을 시작했지만 차츰 보람과 뿌듯함을 느끼게 됐습니다. 난생 처음 봉사활동을 하면서 죄를 저지른 과거도 많이 반성했어요.”

30일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남 김해시 주촌면 성지리 꽃재배 단지. ‘사회봉사’라고 적힌 녹색조끼를 입은 20여명의 청년이 구슬땀을 흘리며 복구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말라버린 장미를 뿌리째 뽑아 옮기거나 비닐하우스를 철거하는 등 손길이 분주했다. 자신들을 감독하는 보호관찰소 직원을 의식해서라기보다는 모두 자신의 일처럼 나서는 모습이었다.

인근 수해지역인 함안군 법수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직도 폐사한 돼지 썩는 냄새가 가득한 곳에서 사회봉사 대상자 60여명이 젖은 가구를 옮기느라 바빴다.

소년범으로 8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김모군(18)은 “실의에 빠진 아저씨 아줌마들이 빨리 용기를 얻었으면 하는 생각뿐”이라며 “앞으로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착하게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각종 범죄로 기소돼 법원에서 집행유예 판결과 함께 80∼160시간씩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형 확정자들. 올해 집중호우 피해 지역에 투입된 인원 수만 2300여명에 이른다.

한 해 사회봉사명령을 선고받는 피고인은 4만여명. 보육원이나 양로원 봉사 등 전형적인 활동 외에 최근에는 깨끗한 공중화장실 사용 지도, 지하철 등에서의 한 줄서기 운동 지원, 길거리 환경정화 등으로 이들의 활동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월드컵 기간에는 6400여명의 사회봉사활동 대상자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각종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9월에 열리는 부산 아시아경기대회에도 최소 500여명 이상이 투입될 예정.

법원은 범죄자 교화 및 사회재활 등을 위해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사회봉사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집행유예 판결이 취소돼 감옥으로 가야 한다는 강제성 때문에 일을 시작하지만 막상 참여한 뒤에는 “많은 것을 느꼈다”며 ‘새 삶’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의무기간이 끝난 뒤에도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계속하거나 자신이 봉사한 장애인시설이나 보육원 등에 우유와 도시락 등을 사들고 찾아가는 사람도 있다.

예산과 관리자가 부족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점 등은 해결돼야 할 문제. 전국의 보호관찰소 직원 1인당 850여명의 사회봉사 대상자를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무부 김헌정 감찰과장은 “사회봉사명령은 범죄자 처벌 및 교화수단뿐 아니라 건전한 지역사회 봉사와 도움의 손길로 정착돼 가고 있다”며 “각종 프로그램 개발과 엄정한 집행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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