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목고 늘린다고 강남行 막아지나

  • 입력 2002년 8월 12일 18시 16분


재정경제부가 서울 강남의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비(非)강남 수도권 지역에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교육환경 때문에 강남으로 이사하겠다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특목고를 강남이외의 지역에 세워 교육수요를 분산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인 것 같다. 재정경제부에서 교육정책을 내놓은 것이 아무래도 생소하지만 정부 부처들이 범사회문제가 되어 버린 교육 문제의 해법을 놓고 고민하는 것으로 여겨져 효과가 확실하다면 이해할 수도 있는 일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이 대책의 실효성 여부다. 이번 대책이 아파트값 급등으로 인해 갑자기 마련된 만큼 과연 ‘백년대계’라는 교육현실에 맞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실망스럽게도 이번 방침은 문제의 근본 해결책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서울에는 외국어고 과학고가 모두 8곳 있으나 강남에는 한 곳도 없다. 오히려 강북에 외국어고 4곳, 과학고 2곳 등 6곳이 있다. 강북에 특목고가 없거나 숫자가 모자라서 외부로부터 이주가 적은 게 아니다. 강남에 대한 인기는 특목고의 유무(有無)와 관계없이 학원 등 사교육 환경이 잘 갖춰져 있는 등 지역 특성이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실무부처인 교육부와는 이번 대책에 대해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한다. 아파트값을 잡는 게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정부 부처끼리도 손발이 맞지 않는 상황에서는 어떤 대책도 제 효과를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의 고교평준화 체제에서는 특목고 자체에 대해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외국어 및 과학 인재 양성을 위해 출범한 특목고가 명문대 진학을 위한 입시준비기관으로 변질되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목고 신설은 고교평준화 원칙과 연결지어 정밀한 계획 아래 추진되어야 한다. 정부는 이처럼 민감한 사안을 아파트값 문제에 떠밀려 단 며칠 만에 결정했다. 그 즉흥성과 무모함이 무엇보다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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