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천 문학산을 살리자

  • 입력 2002년 6월 3일 01시 04분


9일 터키와 코스타리카 축구경기를 시작으로 월드컵 함성이 울려퍼질 인천 문학경기장을 보듬고 있는 문학산.

인천의 ‘발원지’인 이 곳에는 선사시대 유물 등 문화유적지가 산재해 있으나 제2경인고속도로와 문학경기장 건설 등을 위해 산허리가 잘려 나가고 토양오염이 심해져 민관 합동의 ‘문학산 살리기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인천 남구는 이를 위해 최근 인천발전연구원에 ‘문학산 생태환경 지표조사’를 의뢰했으며 인천가톨릭환경연대 인천환경교사모임 등 10여개 시민단체 대표 등과 함께 ‘남구 의제21 문학산분과’를 구성한 상태다.

▽문학산 실태〓해발 213m인 문학산은 인천지역 15곳의 도시자연공원 중 두 번째로 넓은 118만4310평 규모.

산 정상에는 삼국시대 비류 백제의 미추왕이 축성한 것으로 기록된 성벽이 둘레 339m 가량 남아 있고, 주변에는 인천도호부 청사 인천향교 지석묘 학산서원 등이 있다.

또 산 정상과 산자락에는 공군 레이더기지 예비군 훈련장 인천시립사격장 등 군사시설이 자리잡고 있어 시민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역사 및 생태계 파손〓한국도로공사가 94년 제2경인고속도로 문학산 구간을 공사하면서 터널공법을 택하지 않고 산자락을 잘라 도로공사를 벌인데다 고속도로 바로 옆 13만4000평 부지에 문학경기장이 건설됐다. 또 4월 연수구 청량동∼남구 학익동을 잇는 문학산 터널이 개통됐다.

이로 인해 문학산 사면부 500m 가량이 절개돼 녹지축이 완전히 단절됐고 지하수맥이 교란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경기장 주진입로 인근 산자락 1000여평 부지에서 청동기시대의 도랑인 유구(遺構)와 무문타날문토기 조각 등이 발견됐지만 인천시가 공기에 쫓긴 나머지 발굴현장을 허물어버렸다.

최근 문학산 역사생태계를 조사한 인천발전연구원 조우 박사는 “문화유적지가 제대로 보존되지 않고 있으며 수림상태가 단순하고 계곡부가 메말라 있는 등 생태계 불균형이 심각했다”고 지적했다.

이 외 문학산 서쪽 옥골(연수구 옥련동 일대) 40만여평에 30년간 주둔하다 71년에 이전한 미군 기지에서 기름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정화 작업이 진행중이다.

환경부는 68개 지점에서 실태조사를 벌여 일단 1개 지점(600평)에서 토양이 오염됐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추가 조사범위와 오염정화 사업비 등을 놓고 인천시와 논란을 벌이고 있다.

▽문학산을 살리자〓역사유적의 보고(寶庫)인 문학산을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남구는 문학산의 문화유산 및 환경보존을 위한 기금 조성을 위해 BC카드㈜와 제휴해 4월초부터 ‘문학산 사랑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가입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카드 사용액의 0.2%가 문학산 살리기 기금으로 적립된다.

민관 합동으로 운영되는 문학산분과는 올해말까지 ‘문학산 백서’를 발간하기로 했으며 ‘문학산 살리기 걷기 대회’를 통해 문학산살리기 운동의 시민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남구 조운희 기획감사실장은 “군부대를 이전한 뒤 역사유적현장을 제대로 복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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