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막스 카스/한국교육, 성적은 상위권인데…

  • 입력 2002년 5월 22일 18시 47분


몇 백년 동안 교육은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평등주의가 유럽에 뿌리를 내리면서 교육 또한 대중화되기 시작한다.

과거 교회가 주도했던 교육은 국가의 책임이 되었으며, 대중은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 계산법 등을 의무적으로 익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같은 의무적인 교육보다 높은 수준의 교육은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아니었다. 대학 이상의 고학력을 취득할 ‘자격’을 갖춘 사람은 사회적 특권계층에 속한다. 독일의 경우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4∼5%만이 이 같은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선진국들의 모임이랄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도 모든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공립교육을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곳은 드물다. 이들 국가의 교육체제도 공립과 사립의 혼합 형식으로 돼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OECD 국가 내에서 제도적으로 최고 수준의 교육(대학 이상)을 받을 권리를 부여받은 인구비율이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경우 1970년대 10.6%에 불과했던 이 같은 특혜 대상 인구는 2000년 37.2%에 이른다. 농업과 생산업이 퇴보하고 서비스 산업이 발전하는 경제적 변화 속에서 고학력 고급 인력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냉전시절 정치적 목적들에 가려 OECD 국가들의 교육 평가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1990년 공산체제가 붕괴되고 유럽이 통합되면서 세계 미디어산업, 자본시장 등 여러 면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인터넷 또한 이러한 변화를 더욱 부채질했다. 이 같은 새로운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또 경쟁력 있는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깨닫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각국의 교육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국가들은 교육 분야의 벤치마킹을 통해 상호 발전 및 교육수준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 학업성취도비교(PISA)가 어느 정도 이를 가능케 해준다. PISA는 OECD가 전 세계 32개국의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평가능력시험이다.

한국 신문에 글을 기고하는 독일인 칼럼니스트로서 두 국가의 PISA 성적과 교육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일 것이다.

수학의 경우 한국의 15세 학생은 세계 31개국 중 2위를 차지한 반면 미국과 독일은 20위권에 머물렀다. 한국과 일본은 읽기 평가에서도 공동 6위를 차지해 상위권에 들었지만 수 많은 세계적 작가를 배출한 독일은 겨우 21위에 머물렀다. 과학 분야 역시 한국과 일본이 1위를 차지했으며 독일은 20위에 머물렀다. 한국의 성적이 독일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기때문이다.

왜 이런 결과를 낳았을까. 한국은 사회적 계급과는 무관하게 누구나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독일의 경우 아직도 소수 계층만이 최고급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한국의 학생들은 독일 학생들보다 휠씬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방과후 학원에서 수업을 따로 받는 학생들은 36%에 달하고 있지만 독일 학생들은 전체의 3%만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같은 평가 결과에서 나타난 성별의 차이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읽기 시험에서는 모든 국가의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성적이 월등히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그 차이가 가장 적었으며, 수학의 경우 남학생이 여학생에 비해 그 어느 국가보다 월등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한국이 한번 되짚어 볼 문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교육은 다방면에서 국가 경쟁력을 높여주는 주요한 자원이라는 점이다. PISA의 결과만을 보고 판단한다면 모든 이들이 비교적 손쉽게 최고등교육의 기회를 부여받는 한국이 매우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는 분명 독일이 되씹어 봐야 할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막스 카스 세계정치학회 수석 부회장·독일 브레멘대 인문사회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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