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심의 곳곳 허점

  • 입력 2002년 5월 1일 18시 27분


민주화 보상심의위원회(위원장 조준희·趙準熙)가 전교조와 부산 동의대 사건 관련자들을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한 것은 법률적 제도적으로 일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은 이번 결정에 대한 일부 교원단체와 경찰 등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오고 있는 것으로 특히 관련 법률이 민주화 인정 결정에 대한 재심의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경찰 등이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 처리 현황
      2002년 5월 현재(1건당 1명)
 총 접수건수인정불인정조사중
2000년(1차)8440건(명)423710233180
2001년(2차)2367〃- - 2367

민주화운동 심의 현황(2002년 5월 현재)
인 정 조사중
·전교조 해직교사
·부산 동의대사건 관련자
·동아일보 자유언론실천운동 관련자
·80년 강제 해직 언론인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
·인혁당 사건 관련자
·사노맹 사건 관련자

▽위원회 운영상의 문제점〓위원회가 진상조사 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 대법원장 국회의장이 각 3명씩 추천한 9명의 위원이 표결로 민주화 인정 여부를 결정토록 한 것은 위원들의 입장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는 지적이다.

민주화 보상심의위원회 김상근(金祥根·제2의 건국위원회 상임위원장) 위원은 “역사적 판단에 맡겨야 할 일을 국민적 합의라는 대전제 하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된 건 사실”이라며 “진상조사 권한이 없어 실체적 진실보다는 신청자의 주장을 토대로 인정 불인정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위원회가 규정상 다수결 방식으로 결정할 수 있지만 이전까지는 만장일치로 표결해오다 이번 두 사안의 경우 다수결 방식을 택하는 등 표결 방식에 일관성이 없었고 민주화 운동의 기준도 확실치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주화 보상심의위원회 김경동(金璟東·시민사회포럼 운영위원장) 위원은 “표결 방식에 대한 원칙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며 “이번 사안의 경우는 위원들 간에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해 다수결로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민주화 운동의 기준과 관련해 위원회 관계자는 “독재정치 기간을 언제까지로 볼지 명확하지 않고 어떤 행동을 민주화 운동으로 해석할지에 대한 기준도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은 민주화 운동을 ‘1969년 8월7일 이후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해 민주헌정질서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 신장시킨 활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원회 결정의 법률적 논란〓관련 법률은 민주화 운동 불인정 결정을 내렸을 경우에는 신청자가 재심의와 행정심판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인정 결정에 대해서는 재심을 허용치 않고 있어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노경래(盧京來·변호사) 위원은 “입법 과정에서 보다 신중한 검토와 입법예고기간을 거쳤다면 이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민법과 형법은 반드시 이해 반대 당사자를 적시하고 있는데 이 법은 그렇지 못해 재심을 제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세대 법학과 한견우(韓堅愚) 교수는 “국가기관인 위원회의 판단에 대해 사법적 판단을 받게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공익보다는 사익을 과도하게 우선시해 국민 이익의 보호라는 기본 취지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수의 판검사와 변호사들은 법률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조모 판사는 “관련법의 기본 취지는 국가 공권력에 대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민주화 인정에 대해 재심을 허용치 않은 것은 법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오모 검사는 “법률에 반대 당사자를 적시하지 않아 재심의 기회를 박탈했다는 주장이 있지만 민주화운동 관련자의 반대 당사자는 비민주화 관련자일텐데 이를 법에 명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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