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아헨공대 라우헛총장 방한…'재미있는 이공계'만들기

  • 입력 2002년 2월 20일 18시 04분


“고교생들이 이공계 대학 진학을 기피하는 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추세입니다. 고교생들이 공학에 보다 재미와 관심을 갖도록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20일 포항공대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독일 아헨공대 부르크하르트 라우헛 총장(60)은 “지금은 대학의 교육방향을 새롭게 설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라인강의 기적’을 이끈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아헨공대는 재학생이 3만명에 달하고 한국 유학생 140명을 포함해 세계 100여국의 5000여명이 유학하고 있는 세계적인 공과대학. 공과대학이지만 공학뿐만 아니라 철학 경제학 등 인문 사회과학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요즘 한국에서 이공계 대학 진학을 외면하는 분위기는 독일의 경우 70년대부터 나타났습니다. 아헨공대 기계공학과의 경우 90년 입학생이 1100명이었는데 96년에는 450명에 불과했습니다. 전자공학도 600명가량 입학하던 것이 절반으로 줄었고요. 대신 법률이나 경제분야의 진학은 늘고 있어요. 전반적으로 고용사정이 나빠진 탓도 있지만 고교생들이 이공 계통 진로에 흥미를 갖지 않는다는 게 더 큰 이유입니다.”

라우헛 총장은 이공계 진학 기피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기업, 정부가 힘을 모아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흥미롭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연방정부와대학들은과학과인문학을 연결한 ‘PUSH(Public Underst-anding of Science and Humanities)’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반인이나 청소년들에게 과학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한 내용이죠. 이 프로그램에 해마다 ‘물리학의 해’ ‘생활과학의 해’ ‘지리학의 해’ 등으로 주제를 정해 대대적인 홍보를 펼칩니다. 아헨공대도 9세 이상 학생을 대상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흥미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고요.”

그는 “법률가들이 높은 보수를 받고 사회적 존경을 더 받는 현실 때문에 이공계 진학이 줄어들고 있지만 이는 국가적으로 큰 손해”라며 “젊은이들이 과학기술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대학과 사회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아헨공대는 88년부터 포항공대와 교류하고 있다.

라우헛 총장은 “정보통신의 발달로 전 세계 대학들이 세계적 차원에서 경쟁과 협력을 해나가는 상황”이라며 “대학교육제도를 결정하는 정치인들은 과학기술이 국가를 지탱하는 토대라는 인식을 갖고 대학교육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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