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학 부부과학자 네이처등 과학지에 잇달아 논문

  • 입력 2002년 2월 8일 17시 52분


미국에 유학 중인 한국인 과학자 부부가 각각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전문지인 ‘네이처’와 ‘셀’에 잇따라 논문을 게재해 미국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의 활약은 국내 기초과학 분야가 지원자 격감현상으로 붕괴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분자유전학과 연구원 유주연(柳周延·35·여) 박사는 인체에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이 침입했을 때 초기 방어 과정에서 ‘STAT3-β’ 단백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내 9일 발간된 격주간 ‘셀’지에 논문을 발표했다.

인체의 면역시스템은 ‘적’이 침입했을 때 이틀 정도는 염증 고열 등의 반응이 나타나는 ‘방어시스템’을 가동시키고 3, 4일 뒤에 정예부대 격인 항체를 대거 싸움터에 투입해 적을 무찌른다.

즉 인체에 적이 침투하면 인체의 수문장 격인 대식(大食)세포가 적을 잡아먹은 뒤 간(肝)세포 등에 신호를 보내고 간세포 안에 있는 ‘STAT3’라는 단백질이 이 신호를 세포의 핵에 전달하면 방어군들이 대량 생산 배출된다.

유 박사는 이 과정에서 STAT3-β가 없으면 STAT3의 기능이 뚝 떨어진다는 것을 쥐 실험을 통해 밝힌 것으로 면역치료제 개발을 앞당길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앞서 하버드대 의대 분자생물학과 연구원인 유 박사의 남편 황일두(黃日斗·36) 박사는 지난해 9월 식물생장 호르몬의 하나인 사이토카이닌이 어떤 신호전달체계를 통해 식물의 대사를 조절하는지 그 과정을 규명해 ‘네이처’지의 커버스토리로 발표했다.

두 전문지는 ‘사이언스’와 함께 세계 3대 과학전문지로 꼽히며 수많은 과학자가 평생 한번이라도 자신의 논문을 게재하기를 꿈꾸는 전문지다.

이들 부부는 서울대 식물학과 85학번 동기. 둘은 서울대 생물학과 대학원에 나란히 진학했다. 같은 과 친구이던 두 사람은 석사 과정 중 결혼을 약속했고 92년 결혼 1주일 뒤 미국 유학길에 올라 메릴랜드주립대에서 함께 공부하며 박사학위를 받았다.

99년부터 지금까지 유 박사는 볼티모어에, 황 박사는 보스턴에 떨어져 살며 한 달에 한 두 번 만나는 ‘이산가족’ 생활을 하고 있다. 더구나 유 박사는 혼자서 딸 지운양(8)을 키우며 밤잠을 줄여가며 연구에 매달려 왔다.

기자와 국제전화로 연결된 유 박사는 “이곳 미국의 한국인 과학자들은 국내 고교생이 실리를 좇아 기초과학을 외면하고 있다는 소식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면서 “청소년들에게 성공의 비결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 박사의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동료 연구원인 문제일(文濟日·38·신경과) 박사는 “이들 부부가 이룩한 업적이 국내에서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기초과학의 인력 토대가 무너지면 나중에 국가에서 아무리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도 재건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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