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잉의욕이 부른 '교실없는 학교'

  • 입력 2002년 2월 7일 19시 04분


학교는 새로 생기지만 정작 교실은 없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의 교육여건 개선사업에 따라 새 학기에 250여개 초중고교를 개교하기로 했지만 이 중 일부가 아직 공사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 새 학교에 배정받은 신입생들은 인근 학교에서 더부살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학급당 인원을 낮춰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교육당국의 계획이 오히려 다른 학교 교육의 질까지 떨어뜨리는 큰 피해를 주게 된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학급당 학생수를 현재의 42.7명에서 35명으로 줄이겠다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과잉의욕에서 비롯된 것이다. 임기 중에 무엇인가 눈에 띄는 성과를 얻으려는 정치적 조급성 때문에 교육현장에 혼란과 부작용만 초래하고 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 차분하게 진행돼야 할 일이 대통령 지시사항이라는 명분에 밀려 밀어붙이듯 진행되고 있고, 그러다 보니 공사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학급당 학생수를 줄여나가는 것은 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선진국들에 비해 과밀도가 높은 우리의 교육현실에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학교를 새로 짓는 일이나 기존 학교에 교실을 증축하는 일이나 너무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는 측면이 많다. 기존 학교는 아예 공사판이 됐다. 여기저기서 나는 소음으로 수업 분위기가 크게 손상됐고, 일부 학교는 학부모들의 항의로 공사를 중단했다. 부지가 없어 운동장 녹지 옥상에 새 교실을 짓고 체육관이나 실험실을 교실로 개조하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학급당 35명’을 만드는 것이 무엇이 그렇게 급한지 모르겠다. 교원 확보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교육당국은 대통령의 임기를 의식하지 말고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교육환경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교육문제를 군사작전하듯 속도전으로 풀어가서야 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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