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아파트 건설허용 파장]"어느나라 국방부인가"

  • 입력 2001년 12월 13일 18시 09분


13일 열린 민주당과 국방부간의 당정협의.
13일 열린 민주당과 국방부간의 당정협의.
13일 국방부가 용산기지 아파트 건설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은 여론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한반도 전쟁억제 능력의 상당부분을 미군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주둔 군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겠다는 계획에 반대하기 어려운 데다 현실적으로 미군 측이 건축을 강행할 경우 막을 수단이 없다는 점도 고려한 것 같다.

▼관련기사▼

- 국방부 “용산 미군아파트 허용”


여기에다 대체부지 확보의 어려움과 200억달러로 추정되는 이전비용 마련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도 결정 배경으로 꼽힌다.

▽아파트 건설 막을 수단이 없다〓올 4월에 발효된 개정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은 주한미군이 신축 또는 개축 시 적시(適時)에 국방부에 통보하고 협의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국방부와 해당 지자체가 표명한 견해에 대해 미국이 ‘적절히 고려할 것(due consideration)’이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즉 한국 측이 찬성 또는 반대 의사를 밝혀도 이는 고려사항일 뿐이지 결정은 주한미군이 독단적으로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공여지 내 가족주택 건립은 원칙적으로 불허한다는 게 기존 공식 입장이기 때문에 용산기지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승인과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주한미군 측은 양국이 서명한 SOFA 양해사항 제3조 제1항에 의거, 일단 건축계획을 통보한 뒤 한국정부의 견해를 고려할 뿐이지 승인과 동의는 불필요하다고 해석한다. 서울시와 용산구가 반대 의사를 밝히더라도 기혼자 영내 숙소 입주율이 10%에 못 미치는 ‘열악한’ 주한미군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아파트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선 이상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토머스 슈워츠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미 6월 미 의회에 △용산 1066가구 △대구 833가구 △평택 1600가구 △오산 300가구 등 모두 3799가구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13억7500만달러를 요청, 아파트 건설 의지를 분명히 했다.

▽각계 반발〓국방부의 아파트 건설 지지입장 표명에 대해 시민 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녹색연합 김제남(金霽南) 사무처장은 “국방부가 용산기지 내 아파트건립을 허용한 것은 96년 용산미군기지 이전에 관한 협의를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며 “이는 국민의 뜻을 저버리고 서울시민에게 거짓말을 한 것인 만큼 국방부 결정이 철회될 때까지 싸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회장 김희선·金希宣 민주당 의원) 소속 여야 의원 29명도 이날 성명을 내고 “주한미군은 용산기지 아파트 건설을 철회하고 시급히 부지를 반환하라”고 촉구했다. 성명은 또 “한미 간에 이미 합의된 용산기지 반환과 관련, 빠른 시일 안에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땅 미군기지 되찾기 전국공동대책위(위원장 김용한·金容漢)도 성명을 통해 “국방부 결정은 국민보다는 미국의 눈치를 본 잘못된 처사”라며 “아파트가 용산기지 내에 신축돼서는 안 되며 이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용산 미군기지 반환운동본부 준비위원회 김종일(金鐘一) 공동집행위원장 역시 “미군에 대해 기지 반환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성동기·부형권·박민혁기자>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