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5일 근무 밀어붙이기 안된다

  • 입력 2001년 12월 11일 18시 13분


정부가 노사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공익위원안을 골격으로 한 주5일 근무제를 밀어붙여 위태해 보인다. 주5일 근무제는 경제 사회 부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근로조건의 대변혁으로 노사정이 합의하고 여야 공동으로 입법해도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예견하기 어렵다.

노동부는 노사간 합의가 늦어지자 공익위원안을 중심으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만들어 김대중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뒤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97년 대선 때 한나라당도 공약으로 내세웠다고는 하지만 노사정 합의가 안된 안의 국회 통과에 협력할지 의문이다.

경영 여건이 열악한 중소기업들은 주5일 근무제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 50∼60시간 일하는 중소기업들은 주 40시간 근무제도로 바뀌면 연장근로수당이 크게 늘어나 인건비 상승으로 경영 압박을 받는다는 이유다.

노동부가 마련한 안은 공공부문 금융보험업, 근로자 1000명 이상의 대기업부터 실시하고 300명 미만 사업장은 2010년까지 유보하기 때문에 일견 중소기업에는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휴가를 선호하는 신세대가 중소기업을 기피해 구인난이 가중되리라는 전망이다.

노동계는 여전히 근로조건 후퇴 없는 주5일 근무제를 고집해 합의를 이루려는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연월차 휴가 22일을 그대로 두고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휴가가 많은 나라가 된다. 토요일 휴무로 연간 52일 휴일이 늘어나면 장기근속자의 연월차 수당도 조정이 필요하다.

주5일 근무제는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선진 근로조건이다. 주5일 근무제의 시행을 앞당기기 위해 노동계는 각종 노동 관행을 국제 기준에 맞추고 주5일 근무제 시행과 함께 부담이 늘어나는 사용자에게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한다. 생리휴가와 월차휴가 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어느 나라에도 없는 제도이다.

여건이 비교적 나은 대기업들도 노동계가 연월차휴가 등에서 물러서지 않는 마당에 그대로 통과되면 산업 현장에 어떤 혼란이 일어날지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시한을 정하고 밀어붙이는 정부의 태도에서는 대통령 눈치보기에서 나오는 초조함을 읽을 수 있다. 대통령이 이런 일에 직접 나설 이유가 있는가. 충분한 합의 없이 주5일 근무제를 강행했다가는 김영삼 전 대통령 말기의 노동법 파동과 같은 회오리가 일어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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