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김 관련자 영장 배경]“국정원-경찰 조직적 은폐”

  • 입력 2001년 12월 9일 18시 09분


검찰이 이무영(李茂永) 전 경찰청장과 김승일 전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장에 대해 9일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국정원과 경찰의 고위 간부가 조직적으로 살인사건의 진상을 은폐했다는 판단을 굳혔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청장 등이 명백한 살인사건이며 피해자가 십수년간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공모해 경찰 수사를 중단시켰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은 김모 전 경찰청 외사관리관에게서 “이 전 청장이 사건 협조를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나중에 이 전 청장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당시 경찰 수사가 중단되기 직전에 의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만들어졌음에도 수사기관의 고위 공무원들이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히려던 수사를 막은 점 등을 감안하면 무거운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엄격히 처벌할 것이라는 선례를 남기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 사건 관련자의 진술이 이들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주요 증거이기 때문에 진술 번복을 통한 증거 인멸의 우려가 높아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처벌이 가혹하다는 여론이 조성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 전 청장이 청장직을 떠난 지 한달여만에 형사처벌을 하게 된 점도 검찰이 부담을 느끼는 부분.

검찰 관계자는 “그 자리에 있으면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라는 동정론도 있지만 피해자 가족이 간첩 가족이라는 누명을 받고 살아온 점 등을 감안하면 사안이 너무나 중대하다”고 말했다.

경찰의 반발도 검찰이 신경 쓴 부분. 경찰은 이 전 청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뒤 조직적으로 수사 상황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으며 이 전 청장에 대한 형사처벌은 지나치다는 여론을 형성하려는 움직임도 일부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러나 “아무리 국정원의 요청이 있었더라도 이 전 청장이 치안총수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은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승련 이명건기자>srkim@donga.com

▼수지김 사건 수사중단 일지▼

△2000년 1월〓‘주간동아’에서 87년 수지 김 사건 의혹 제기

△2000년 2월초〓경찰, 수지 김 사건에 대한 수사 착수

△2000년 2월15일〓김승일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장이 이무영 경찰청장을 방문해 살인사건이라고 설명

△2001년 10월24일〓검찰, 윤태식을 살인과 사기 혐의로 긴급체포

△2001년 12월9일〓이 전 청장과 김 전 국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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