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인사 배경]지역편중-조직요동 막기

  • 입력 2001년 11월 9일 18시 42분


현 정부와 함께 임기를 마칠 가능성이 높은 경찰청장에 충남 보령 출신의 이팔호(李八浩) 서울경찰청장이 9일 임명된 것은 현 정국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이무영(李茂永) 전 경찰청장 후임으로는 같은 호남 출신인 이대길(李大吉) 경찰대학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지역편중 인사 등이 원인의 하나로 지적된 여당 내 인사쇄신 요구가 거세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는 후문이다.

현 정부에서는 경북 출신인 김광식(金光植) 전 경찰청장의 재임기간 10개월을 제외하고는 줄곧 호남 출신이 경찰청장을 역임해왔다. 그런 만큼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다시 호남 출신이 경찰총수가 될 경우 경찰 조직 안팎에서 ‘지역편중 인사시비’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컸다는 것.

이와 함께 서울경찰청장이 후임 경찰청장에 임명됐던 관행을 따름으로써 정권 말기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경찰 조직의 안정도 꾀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신임청장 발탁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 신임청장이 같은 치안정감이었던 이 경찰대학장과 최기문(崔圻文) 경찰청 차장보다 나이는 물론 경찰 입문도 앞선 만큼 인사에 따른 조직의 동요를 막기에는 최선의 카드였다는 것이 경찰 내부의 평가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 발표 직후인 8일 저녁 곧바로 경찰청장 교체가 결정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무영 전 경찰청장이 취임한지 2년이나 됐고 전북지사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퇴임의사를 밝혀온 만큼 교체 시기를 미뤄봐야 경찰 조직 내부의 동요만 커질 뿐이라는 주장이 경찰 내부에서도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이 전 경찰청장은 그동안 사석에서 “낙후된 고향 경제를 살리는 일을 하고 싶다”며 전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뜻이 있음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이에 따라 경찰조직의 빠른 안정을 위해 서울경찰청장 등 치안정감급 인사와 치안감 경무관급 승진 및 전보 등 후속인사도 이달 안에 모두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