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특검제 차단' 승부수 통할까

  • 입력 2001년 9월 20일 18시 32분


검찰이 지앤지(G&G) 이용호(李容湖) 회장의 검찰 내 로비의혹을 조사할 ‘특별감찰본부’를 설치키로 한 것은 동시 다발적으로 몰려드는 ‘삼각파도’를 넘기 위한 몸부림으로 볼 수 있다.

이 회장과 김형윤 전 국정원 경제단장 사건 처리의 의혹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 동생의 거액 수수 사실까지 드러나자 검찰 내부와 정치권, 그리고 국민 사이에서 제기되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대검 감찰부를 확대 개편한 것 이상의 차이가 있느냐거나 신 총장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있다.

▽의미와 내용〓김각영(金珏泳) 대검 차장은 특별감찰본부의 목적을 “국민 앞에 한점 부끄러움 없는 수사와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형식은 ‘검찰총장으로부터의 독립’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우선 조사 및 수사의 주체인 한부환(韓富煥) 고검장은 조사 대상과 방법, 본부의 인적 구성 등에 대한 전권을 총장에게서 위임받았다. 조사 및 수사 장소도 총장이 상주하는 대검이 아니라 서울지검 남부지청으로 독립했고 임무가 끝날 때까지 보고할 의무도 없다.

주요 조사대상은 지난해 이 회장 사건의 지휘라인에 있던 사람 중 아직 대검 감찰부의 조사를 받지 않은 임휘윤(任彙潤) 부산고검장과 임 고검장에게 ‘전화변론’을 한 김태정(金泰政) 전 법무장관, 20일 이틀째 감찰부 조사를 받은 이덕선(李德善) 군산지청장 등이 될 전망이다.

김 차장은 “조사를 하다가 필요한 경우 독자적인 수사를 할 수도 있다”고 말해 대검 감찰부가 지금까지의 조사를 통해 일련의 단서를 확보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본부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느냐 못 하느냐 하는 것은 이 문제에 대한 특검제 실시 여부와 직결돼 있어 검찰을 살리는 데 본부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볼 수 있다.

▽반응 및 전망〓문제는 특별감찰본부의 효과가 말 그대로 ‘특별’할 것인지에 있다. 이날 조치에 대한 검찰 일각의 회의적인 반응은 본부 설치의 실효성과 검찰 수뇌부의 ‘목적’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본부는 감찰부의 장을 검사장에서 고검장으로 격상한 것 외에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누가 조사하든 의혹을 남길 경우 검찰 조직 전체가 위험에 빠질 상황에서 ‘총장으로부터의 독립’이 큰 의미를 가지는가의 문제다.

정권교체 이후 검찰을 둘러싼 대소사에 대해 이렇다할 만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 한 고검장이 국민과 여론을 상대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일부 검사들은 “이번 조치가 총장과 조직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임기응변으로 나타날 경우 99년 대전법조비리사건의 비극을 되풀이하고 특검제 실시를 자초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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