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이모저모]검찰 합법성 중시…강제구인등 안해

  • 입력 2001년 9월 4일 20시 11분


“수사를 시작한 뒤부터 술을 한 방울도 입에 안댔습니다.”

4일 언론사 세금추징사건 관계자들을 기소, 수사를 마무리한 한 검찰 간부의 말은 지난 2개월간 이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의 자세와 의지 등을 짐작케 한다.

검찰은 6월29일부터 서울지검 특수 1, 2, 3부 검사 18명을 비롯, 검찰 수사관과 국세청 직원 등 총 100여명을 동원, 연인원 1000명이 넘는 언론사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했다. 평일엔 거의 예외없이 하루에 10∼30명씩을 조사했고 주말엔 일주일간의 조사내용을 정리하는 강행군을 했다.

7월 한달간은 실무자들만을 소환해 언론사 대주주 등 국세청이 고발한 사람들의 혐의를 입증할 단서와 근거를 수집하는 데 주력했다.

법인세 탈루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발인은 8월1일 처음으로 소환됐다. 일주일 뒤 대주주 5명이 검찰에 출두했고 그 다음주 이들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일괄 청구했다. 즉 ‘실무자→법인세 탈루 관련 피고발인→대주주’의 순으로 피라미드의 정점을 향하듯 치밀하게 소환과 신병처리의 수순을 밟은 것이다.

소환된 사람들의 의사를 존중해 밤샘수사를 자제했고 조사에 필요한 대부분의 자료를 강제압수가 아닌 임의제출 방식에 의해 확보하는 등 나름대로 합법절차를 밟으려고 애쓰기도 했다. 여러 차례 소환에 불응했던 김대중(金大中) 조선일보 주필에 대해서는 ‘조사가 불가피하지만 강제구인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대주주 5명에 대해서는 사전구속영장을 청구, 체포를 하지 않은 ‘자유로운 상태’에서 구속이 필요한지 여부를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방식을 택했다. 검찰은 이들 가운데 2명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자 열흘 동안 이들 2명을 재소환하는 등 강도 높은 보강조사를 벌였으나 새 혐의가 드러나지 않자 영장을 재청구하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기각 사유는 납득할 수 없으나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사 결과는 국세청의 고발내용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포탈세액의 경우 국세청 고발내용과 비교해 액수가 많아진 경우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검찰은 그러나 일부 대주주를 상대로 국세청이 고발한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에 횡령 혐의를 추가 적용해 기소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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