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투명한 기업, 튼튼한 노사' 모범사례

  • 입력 2001년 7월 12일 18시 42분


외국인 투자기업인 한국후지제록스의 다카스키 노부야(高杉暢野) 회장은 직원들 사이에서 ‘삼겹살 회장님’으로 불린다. ‘뱃살’ 때문이 아니라 근로자들과 삼겹살을 안주삼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현장 밀착 경영’ 방식으로 인해 얻은 별명이다.

이 회사는 또 매달 e메일을 통해 전사원에게 경영 실적을 공개하고 ‘토크 플라자’ 등 다양한 대화 채널도 가동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에는 노조가 먼저 임금 인상을 회사에 일임하는 등 ‘외국인 투자기업은 노사 문제가 걱정’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을 깬 사업장으로 손꼽힌다.

97년 부실경영과 외환위기가 겹쳐 퇴출 위기에 처했던 빙과 생산업체인 롯데삼강. 한때 부채 비율이 국내 상장사 중 최악인 2698%에 이르기도 했으나 지난해 부채 비율이 76%로 떨어졌고 최근 2년 동안 임금이 34% 올랐다.

비결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도시락 미팅’에 있었다. 외환위기 직전 부임한 이종규 대표이사는 매주 토요일 직원들과 도시락을 먹으며 회사의 사정을 가감 없이 전달했고 이해를 구했다. 회사의 경영 상태를 이해한 근로자들은 노조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상여금 반납, 경비 30% 절감, 부실 재고 추방’을 결의하고 회사 살리기에 나선 것.

노동부가 12일 발간한 ‘투명한 기업, 튼튼한 노사’에 소개된 23개 회사를 보면 ‘투명경영’과 ‘협력적 노사관계’가 기업을 키우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무분규 사업장도 적지 않다. 행남자기는 60년 무분규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중견 철강업체인 동국제강도 마찬가지. 94년 2월 동국제강 노조는 “파업은 회사의 손실이고 회사의 손실은 근로자의 손실”이라며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했고 회사는 “노조의 힘은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노조 역할 분담론’으로 호응했다.

노사가 손을 잡고 기능직과 관리직 차별 철폐, 자율근무제 도입, 우리사주조합 결성, 성과배분제 도입 등을 추진함으로써 생산성이 매년 10% 이상 상승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김호진(金浩鎭) 노동부장관은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도 이젠 변해야 한다”면서 “노사가 서로 신뢰하고 협조하는 상생의 노사관계를 형성해야 생산성도 높이고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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