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주부 "자고나면 물가가 뛰니…"

  • 입력 2001년 4월 11일 18시 29분


‘아파트 관리비 20만6480원, 자동차 기름값 29만원, 경조사비 30만원, 일반보험료(4종류) 20만원, 부동산중개사 학원비 12만원, 인터넷 통신비 3만800원, 휴대전화(2개)와 집전화비 9만3000원, 학습지(4개) 10만원, 과외비 45만원 … 총지출액 275만원.’

경기 안양 평촌신도시 이숙찬씨(39·향촌마을 33평형 아파트)의 2월 가계부 지출내용이다. 지출이 그달의 수입보다 70만원이 많았다. 남편(44·지방공무원 6급)이 받은 월급 실수령액은 143만원. 여기에 월초에 받는 수당 62만원을 포함하면 총수입은 203만원이다. 이씨는 “줄줄이 오르는 공공요금과 늘어나는 사교육비로 인해 갈수록 생활이 빠듯해진다”며 “1월에 9.13% 오른 난방비가 이달부터 또 26.78%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는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1월에 보너스와 연말정산 환급금 등 350만원으로 적자를 간신히 메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 30만원씩 곗돈을 부었지만 올부터는 엄두도 못낸다. 이씨가 부업으로 직장에 다니면서 월 60여만원을 받던 것이 끊기면서 가계는 더욱 어려워졌다. 이씨가 가장 크게 부담을 느끼는 것은 중 2년과 초등 5년생인 두 아들의 과외비 45만원과 학습지 10만원. 이씨는 “남들 다 하는데 안할 수는 없다. 정부가 다시 과외를 금지시켰으면 하고 바라는 주부들이 예상외로 많다”고 털어놨다.

고양 일산신도시의 고유경씨(36·주엽동 26평형)도 가계부만 보면 짜증이 난다. 1월 넷째 아들을 낳아 가족이 6명으로 늘면서 가계지출도 크게 증가했다. 아이를 하나 더 낳아서 그렇겠지 하고 여겼던 고씨는 가계부를 꼼꼼히 들여다보니 그게 아니었다고 말한다.

“크게는 30%까지 치솟은 전기료, 난방비 등 때문에 18만원이던 관리비가 23만원으로 올랐고 이것이 누적되면서 가계에 만만찮은 부담을 주고 있어요.”

남편의 월 평균 수입은 300만원. 관리비 23만원과 사교육비 81만원, 은행이자 26만원 등 고정지출이 130만원이고 식비와 기름값을 포함한 차량유지비 등이 70만원, 여기에 남편 용돈이 더해지고 7만여원선인 휴대전화 등 통신요금, 가스비를 추가하면 저축할 수 있는 돈은 잘해야 60만원 정도다.

고씨는 “스포츠센터에 다니거나 특별한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도 아닌데 살림은 점점 궁색해진다”고 말했다. 고씨도 초등학교 3년생인 큰아들과 유치원을 다니는 둘째, 셋째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 때문에 가장 고통을 받는다. 별도 과외나 비싼 예능교육이 아니라 비교적 저렴한 동네 피아노학원과 유치원, 가정방문 학습지 정도인데도 80만원이 넘게 든다.

“지난해까지 5만원이면 가득 차던 1500㏄ 승용차 기름탱크가 요즘은 한번에 6만2000원까지 기름을 먹어 치운다”면서 “하반기에 아파트 일반관리비와 의료보험료가 또 오른다는데….”

<안양·고양〓남경현·이동영기자>bibul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