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 구두닦이가 왜 없을까

  • 입력 2001년 4월 2일 18시 40분


인천국제공항에는 ‘구두닦이’가 없다. 시설 용량 서비스 등에서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고 헬스장 사우나 볼링장까지 갖춘 인천공항에 구두를 닦는 ‘기초적 서비스’가 없다는 것은 다소 의외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겉으로는 여객터미널에 구두닦이 시설이 들어서면 미관상 좋지 않고 청결 유지에도 문제가 있다고 설명한다. 공사측은 “미국 시애틀공항 타코마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 세계 유명 공항도 쾌적한 환경 유지를 위해 구두닦이를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말 못할 고민’이 있다. 공항의 구두닦이 이권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알려지면서 소위 ‘힘 있는 곳(?)’을 통한 압력이 쇄도했다. 실제로 개항 전 공항 내 각종 시설의 입찰 때 “구두닦이 시설은 ‘○○○씨’, 멀티미디어 단말기는 ‘○○○씨’가 밀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공사는 지난해 초 입찰과 관련된 말썽을 사전에 없애기 위해 구두닦이 사업자 공고를 내지 않고 대신 자동구두광택기를 설치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의 한 관계자는 “구두닦이 시설을 설치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여러 경로를 통해 ‘설치하라’는 압력이 많이 들어왔다”며 “구두닦이 시설이 이 정도였으니 다른 고가 시설이야 오죽했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자동구두광택기 사업권은 지난달 26일 국무총리 비서실 민원을 통해 사업권을 신청한 한국지체장애인협회에 수의계약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결정돼 공사 감사실에서 계약 적정 여부 심사를 받고 있다. 현재 여객터미널에 10대가 시범 설치돼 운영되고 있으며 계약은 이달 중 이뤄진다. 이 기계는 대당 280만원으로 1회 이용료는 500원이다.

한편 김포공항내 구두닦이 시설(2평)의 경우 3년마다 실시하는 공개경쟁입찰의 경쟁률이 수십대 1에 이를 정도였다. 김포공항의 국제선 기능이 없어지기 전에는 권리금만도 수천만원을 넘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정규·송진흡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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