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실업자 노조가입 가능"… 서울행정법원 첫 판결

  • 입력 2001년 1월 16일 18시 31분


해직근로자 뿐만 아니라 애당초 직장을 갖지 못했던 구직 실업자도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에 해당돼 노조에 가입할 자격이 있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근로자의 개념을 확대 해석, 실직자가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고 구직중인 실업자도 보호해 노조의 조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이재홍·李在洪부장판사)는 16일 일종의 지역조합인 서울지역여성노동조합이 “구직중인 여성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노조를 설립하지 못하게 한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시를 상대로 낸 노조설립신고 반려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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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근로자는 실제로 일을 하거나 특정 사용자에게 종속돼 있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단결권 등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그 범위가 결정돼야 한다”며 “따라서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거나 구직중인 사람의 경우도 근로자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자를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장에서 일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기업의 개별적 노사관계를 규정하기 위한 것인 만큼 근로자들의 단결권 차원에서 집단적 노사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노조법상의 근로자 개념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실업자에게 가입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특정 기업의 단위노조가 아니라 해당 업종의 산별노조에만 국한된다”며 “이 경우의 실업자에는 해직근로자뿐만 아니라 실직자와 구직중인 실업자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며 “실업자에게 노조원 자격을 주기로 한 98년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을 정부와 국회가가 이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이 이를 최초로 인정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99년초 설립된 서울여성노조는 22명의 여성 노동자와 3명의 구직 여성으로 노조원을 구성, 지난해 8월 노조 설립을 신고했으나 서울시가 “근로자가 아닌 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노조설립 신고서를 반려하자 소송을 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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