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24일 파업" 노정 초긴장…정부 "불법파업 단호대처"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8시 23분


정부의 전력산업구조 개편계획에 반발해 한국전력 노조가 사상 첫 전면파업을 예고하면서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정(勞―政)간 충돌이 본격화됐다.

한전 노사 양측은 23일 중앙노동위원회 특별조정회의에서 민영화 촉진을 위한 전력산업 구조개편안 도입여부를 놓고 밤샘협상을 가졌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협상이 결렬되면 노조측은 24일 오전 7시부터 노조원 2만4000여명 전원이 전면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전력공급에 일부 차질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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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측은 “파업이 이루어져도 대체인력 9600여명을 투입해 2주 정도는 전력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으나 파업이 장기화되면 크고 작은 정전사고 등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한전 노조가 파업할 경우 이는 구조조정에 따른 노동계 동투(冬鬪)의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그 처리결과는 정부 공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전력산업 개편안 폐지 △전문가 참여하에 구조개편 재논의 △공기업의 민주적 자율경영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민영화가 되더라도 최소 3년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공기업 구조조정 원칙을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 일각에서는 “산업자원부와 기획예산처장관이 직접 협상에 나서면 파업을 연기할 수도 있다”는 ‘연기론’이 나오고 있어 24일 파업이 극적으로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정안 합의에 실패하면 중노위는 필수공익 사업장인 한전에 대해 직권중재명령을 내려 파업을 금지하게 된다. 그래도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불법파업으로 사법처리가 불가피해진다.

이와 관련, 정부는 23일 오후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긴급 사회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현행법상 한전은 공익사업자로서 파업이 불가능하다”며 한전이 파업에 돌입할 경우 법에 따라 단호히 조치키로 했다.

노동계는 전력노조 파업을 기점으로 건설 철도 등 대형 노조의 릴레이 파업을 강행하며 대정부 투쟁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또 단병호(段炳浩)민주노총위원장과 이남순(李南淳)한국노총위원장이 24일 만나 12월초 총파업 공동전개 등 투쟁 가속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전력 구조개편이 표류하면서 공기업 개혁은 물론 각 부문의 개혁작업도 흔들리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전 민영화 작업이 차질을 빚을 경우 당장 정부가 내년 2월까지 완료하겠다고 밝힌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좌초할 가능성이 높다.

공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인 한전 구조개편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정부의 준비소홀 △노조의 이기주의 △정치권의 눈치보기 등이 겹친 결과다.

한전 구조개편 여부는 대외신인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의 민영화를 전제로 해외채권을 발행한데다 상당수 외국자본이 민영화되는 한전 자회사 인수를 노리고 국내에 들어와 있어 민영화가 무산되면 외국자본의 철수 및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한전 사태 처리 결과는 개혁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내년부터는 정권 말기 현상이 드러나게 돼 있어 한전 문제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현정권 하에서의 개혁작업은 사실상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명재·김준석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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