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금고 불법대출 파문]‘鄭게이트’ 이렇게 끝나나

  • 입력 2000년 11월 12일 19시 20분


‘정현준(鄭炫埈) 게이트’ 수사도 이렇게 끝나나.

동방금고 로비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올 들어 발생한 다른 의혹사건과 마찬가지로 의혹만 부풀린 채 끝날 조짐이다. 검찰은 특히 정치인 관련 의혹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해명 없이 “관련 정치인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해 수사의지와 자세에 의문을 주고 있다.

▽실종된 정치인 관련 수사〓애초 이 사건은 정사장과 이경자(李京子)동방금고 부회장의 불법대출, 금감원 로비, 정치인 연루 여부가 핵심 의혹사항이었으나 검찰은 수사착수 후 20일이 흐른 12일까지 불법대출과 자살한 장래찬(張來燦)전 금감원 국장, 이윤규 청와대 8급 직원의 금품수수만을 확인한 상황이다.

검찰은 정사장과 이부회장의 구속만기일인 14일 두 사람을 기소할 예정이어서 이후 수사는 사실상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 수사가 이렇게 된 데에는 검찰이 동방금고 유조웅(柳照雄)사장과 신양팩토링 오기준(吳基俊)사장 등 핵심 인물을 제때 파악해 검거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검찰은 또 이부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검찰 고위관계자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어 수사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관련자 해외도피 책임〓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핵심 관련자들의 출국여부를 확인하고 출국금지조치 등을 하는 것이 특별수사의 기본”이라며 “오사장과 유사장의 출국 방치는 검찰의 결정적인 실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기배(李棋培) 서울지검 3차장은 “유사장은 금감원 고발 전날인 21일, 오사장은 이부회장 출두일인 26일 출국해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수사지휘를 둘러싼 잡음도 들리고 있다. 통상 서울지검 특수부의 수사는 검사와 부장검사, 3차장, 지검장을 거쳐 대검에 보고하고 지휘를 받지만 이번 사건 수사에서는 서울지검의 일부 지휘부가 배제된 채 대검에 직보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재(金暎宰) 부원장보 ‘별건구속’〓검찰은 11일 금감원 김영재 부원장보를 구속했으나 법원은 김부원장보가 동방사건과 관련해 뇌물을 받았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별건’으로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이 주장한 김부원장보의 혐의는 그가 유사장과 오사장을 통해 이부회장에게서 현금 5억원과 주식 3만주를, 한스종금에서 뇌물 4950만원을 받았다는 것. 서울지법 한주한(韓周翰)영장전담판사는 그러나 11일 한스종금 뇌물수수 혐의만을 인정해 영장을 발부했다.

다른 금감원 고위관계자의 연루 여부에 대해 이기배 차장은 “현재로서는 김부원장보 외에 확보된 증거가 없다”고 밝혀 사실상 수사가 마무리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검찰은 김부원장보를 상대로 대신금고 불법대출 및 유일반도체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에 따른 감사 및 징계와 관련해 해당 부서에 압력을 가한 사실이 있는지를 추궁하고이부회장이 김부원장보에게 건넸다고 진술한 현금 5억원과 주식 3만주의 행방을 찾기 위해 김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으나 별다른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부원장보는 구속 수감되면서 “한스종금과 동방금고 등 그 어느 곳에서도 돈이나 주식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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