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비상 함께 넘자]유럽은 이미 '체질' 개선

  • 입력 2000년 9월 15일 18시 54분


‘고유가 파고’를 피할 도리는 없다. 문제는 이 파도를 얼마나 유연하게 넘어갈 수 있느냐는 것. 고유가 쇼크를 에너지 과소비 체질을 바꾸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여기에는 국민 정부 기업, ‘3위 일체’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고유가 항의시위로 한바탕 된서리를 치른 유럽 각국은 대대적인 에너지절약캠페인에 나서고 있다.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는 11일 리옹에서 개막된 유엔기후변화협약 준비회의 개막연설에서 2010년까지 에너지 소비를 현재보다 15% 정도 줄이고 전력생산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풍력 수력 태양열 등 대체에너지 활용비율을 2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구체적으로 가정에서 단열재 및 에너지 절약형 난방설비 사용을 확대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열효율이 높은 가전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캠페인도 벌일 예정. 자동차 운전자들에게는 연료소비를 줄이기 위해 과속을 삼가고 단거리 주행을 자제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독일은 교통부가 추진해온 ‘연료가 적게 드는 운전방법’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자전거 출퇴근을 권장할 방침이다. 독일에서는 1년 동안 유가가 25%나 올라 롤러 블레이드나 스케이트보드를 단거리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대기오염 방지 및 지속적인 고유가에 대비하기 위해 2010년까지 전체 전력 수요의 21%를 풍력 태양열 수력 조력(潮力) 등 대체에너지로 충당하도록 의무화하는 EU에너지 규정을 입안중이다.

산유국인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은 국가적인 ‘에너지관리프로그램’으로 에너지 절감에 나서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카풀을 하는 직원에게 주차비를 깎아주는 인센티브를 적용하며 ‘나 홀로’차량을 줄이고 있다. 미국의 카풀 이용 비율은 13%에 이른다.

일본은 97년 4월 ‘2000년을 향한 에너지 절약 종합대책’을 만들었다. 향후 에너지 소비 증가율을 0%로 억제한다는 야심찬 계획. 각 공장이 매년 에너지 효율을 1% 이상 개선하고 에너지 절약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기업에 대해 지도를 강화하고 있다.

네덜란드 주택가의 촛불은 선진국 국민의 ‘에너지 자린고비’ 정신을 잘 보여준다. 오후 6시만 넘으면 어두워지는 네덜란드의 주택가는 유난히 컴컴한 편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형광등을 환하게 켜둔 방이 그리 많지 않다. 대신 초를 사서 태우는 방들이 눈에 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분위기가 좋고 공기를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진짜 이유는 에너지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껴보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와 국민 기업들이 오랫동안 익숙했던 ‘저유가 체질’에서 벗어나 선진국처럼 ‘고유가형 체질’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현준(張鉉俊)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에너지 다소비산업과 온실가스 등 공해 다배출 경제구조와 소비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면 국제무대에서 살아남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명재기자·파리〓김세원특파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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