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3기' 시대]정치권력 맞설 '강한 헌재' 될까?

  • 입력 2000년 9월 14일 19시 01분


헌법재판소의 윤영철(尹永哲)소장 등 신임 재판관 5명이 임명됨에 따라 15일 제3기 '헌재 시대'가 출범했다.

김용준(金容俊)전임 소장과 김문희(金汶熙) 정경식(鄭京植) 고중석(高重錫) 신창언(申昌彦)재판관은 6년 임기를 마치고 14일 퇴임식을 가졌다.

▼2기 헌재 평가▼

2기 헌재(94.9.15∼2000.9.14)는 6년 동안 모두 3930건의 사건을 접수해 3880건을 처리했다. 또 243건의 법령에 대해 위헌결정(헌법불합치 등 변형결정 포함)을 내렸는데 이는 헌재 창설후 위헌결정 건수인 311건의 78%에 달한다.

2기 헌재는 특히 4월 과외금지 관련법과 지난해 12월 공무원시험 군복무 가산점제도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려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가져왔다. 그러면서 헌재의 영역과 위상을 확장해 왔다.

그러나 2기 헌재 역시 1기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사건에 대해서는 재판관 9인 합의제를 이용해 그다지 과감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아 왔다. 96년 '5·18특별법'에 대한 합헌결정이나 98년 국무총리서리 권한쟁의사건 각하 등이 대표적 예로 꼽힌다.

헌재는 2월 한일어업협정 날치기처리 사건에서는 위헌결정의 파장을 우려, 국회의사록에 야당의원의 반대가 기록되지 않았다는 형식적 이유를 들어 기각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3기 헌재의 과제와 전망▼

법조계는 그동안 헌재가 행정부와 국회, 특히 대통령과 여당의 잘못된 권력작용에 제동을 걸며 헌법과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왔다. 3기 헌재에 거는 기대 역시 '제대로 된 권력통제'에 모아진다.

3기 헌재의 역할과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상반된 전망이 공존한다. 3기 구성원의 가장 큰 특징은 재판관 9명중 변호사 출신인 하경철(河炅哲), 검사 출신인 송인준(宋寅準)재판관을 제외하고는 7명 모두 법원 고위직 출신이라는 점. 또 경기고 출신이 한대현(韓大鉉)재판관 등 4명이나 된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

헌재 관계자는 "평생 현행법 실정법을 존중하며 재판해온 법관 출신이 다수여서 이전보다 법률 등에 대한 과감한 위헌결정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전망하며 "헌재는 판검사 출신과 변호사 정치인 등 다양한 인사로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큰 특징 없이 두루 원만한 성품을 가진 윤소장이 정치권력에 맞서며 헌재를 강하게 이끌어 갈 수 있을지 관심거리"라고 말했다.

반면 '법대로' 재판해온 법관들의 성향이 사건에 반영돼 '정치상황'이나 '여론'보다는 그야말로 '헌법정신'에 입각한 결정이 많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많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3기 헌재 재판관 구성

이름나이/시험학교경력임명
尹永哲(소장)63세 고시11회광주고 서울대대법관 변호사(94년)대통령임명(2000.9.15)
李永模64세 고시13회검정고시 부산대서울고법원장 헌재사무처장대통령임명 (97.1.22)
韓大鉉59세 고시15회경기고 서울대서울고법원장 대법원장지명 (97.8.26)
河炅喆61세 고시12회전주고 서울대서울지법판사 변호사(71년)국회선출 (99.9.26)
金榮一60세 사시5회경기고 서울대서울지법 북부지원장대법원장지명(99.12.30)
權 誠59세 사시8회경기고 서울대서울행정법원장국회선출 (2000.9.15)
金京一56세 사시8회광주일고 서울대수원지법원장대법원장지명 ( 〃 )
金曉鍾57세 사시8회경기고 서울대서울지법원장국회선출 ( 〃 )
宋寅準56세 사시10회대전고 서울대대구고검장대통령임명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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