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내부도 '파업'몸살…장기화 부담

  • 입력 2000년 8월 18일 18시 38분


“구속자를 모두 석방하고 수배를 해제하는 등 전제조건이 해결되지 않는 한 정부와의 협상은 있을 수 없다.” “아니다. 폐업 투쟁을 흐지부지 끝내는 것보다 차라리 ‘명예로운 종결’을 택하자.”

동네의원의 폐업률이 10%대로 뚝 떨어지면서 의료계 내부도 언제까지 파업 투쟁을 계속해야 할지, 정부와의 협상은 언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겉으로는 전공의를 중심으로 장기전 불사를 외치면서도 ‘비상공동대표 소위원회’는 문을 걸어잠그고 며칠째 정부와의 협상 전략을 짜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동료 300여명과 함께 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공의 박모씨는 18일 “협상의 주체를 가둬 놓고 무슨 대화를 한다는 겁니까. 구속자를 모두 석방하고 수배를 해제하지 않으면 협상은 무의미하죠”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신상진(申相珍)의권쟁취투쟁위원장을 구속하고 김재정(金在正)대한의사협회장을 보석으로 풀어준 것도 고도의 의료계 분열 전략이라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전임의들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그러나 전공의 일각에서는 내심 초조한 기색도 엿보인다. 우선 경영상 압박을 받아온 동네의원이 속속 문을 여는 등 대오가 흔들리고 있어 언제까지 ‘외로운’ 싸움을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수련병원, 특히 사립병원들은 전공의 근무복귀명령을 내리라는 정부의 요구에 일단 주말까지 시간을 달라고 해놓은 상태. 그러나 파업으로 인한 병원 손실이 워낙 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모종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전공의 중 4년차 레지던트들은 그동안의 고생이 자칫 물거품이 될 수도 있어 훨씬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협상의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놓고도 시기를 놓친 게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들은 김재정회장의 보석 석방은 정부가 나름대로 성의를 보인 것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조속히 협상을 시작, 최대한 요구사항을 관철하고 이를 토대로 수용 여부를 회원들에게 묻자는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에서는 일부 전공의들의 반발 속에 주말을 이용해 전격적으로 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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