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특감]경찰 불법감청관행 여전

  • 입력 2000년 5월 12일 19시 14분


일부 경찰이 허가기간을 넘기거나 임의로 긴급감청을 실시하는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감청을 해온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특히 통신회사들이 휴대전화와 무선호출기 음성사서함 비밀번호 및 무선호출기 인식부호를 수사기관에 넘겨준 것으로 밝혀져 다수의 가입자가 불법 감청을 당할 소지를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감사원은 12일 지난해 11월 말부터 통신회사의 협조를 받아 정보통신부와 검찰 경찰 관세청 등을 상대로 통신제한조치 운영실태 특감을 실시, 모두 33건의 위법 부당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수사기관에 대한 감청협조 책임자인 각 전화국 시험실장은 감청 요청 때 법원이 발부한 영장 등 관련 서류를 확인하고 감청 내역을 통신제한조치집행 협조대장 에 기재할 의무가 있으나 상당수가 이같은 적법 절차를 무시했다는 것.

이로 인해 서울 성북경찰서 등 4개 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시험실장에게 부탁해 법원의 감청 허가기간을 1∼6일 초과해 감청을 했으며 서울 중부경찰서 등 3개경찰서 소속 경찰관 3명은 적법 절차도 밟지 않고 전화번호 4개에 대해 임의로 긴급감청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 중부경찰서등 3개 경찰서에서는 법정 허가기간인 3개월보다 4일 또는 2개월 26일을 초과해 감청신청을 했는데도 인천지검등 3개 검찰청에서 법원에 그대로 감청허가를 청구했고, 법원은 또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그대로 감청허가를 내준 사례도 있었다.

또 경기 광명경찰서 등의 경찰관 8명은 당초 조회대상자 명단에 없는 51명에 대해 임의로 감청을 실시하는 등 위법 사례가 발견돼 감사원이 관련자들에 대한 의법조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정통부 지침에 따라 통신회사들이 97년 1월부터 99년 6월까지 2300여차례에 걸쳐 긴급감청용 휴대전화 550여개를 포함, 모두 4050여개의 개인 휴대전화와 무선호출 음성사서함 비밀번호를 수사기관에 제공하고 무선호출기를 그대로 복제할 수 있는 무선호출기 인식부호도 25개를 경찰에 넘겨준 사실도 확인했다.

감사원은 정통부가 97년부터 99년까지 23개 통신업체로부터 감청집행 사항을 보고받아 집계하면서 통신업자들의 이중(二重) 계상 보고내용을 확인절차 없이 그대로 국회에 보고해 실제 감청건수가 국회에 보고한 건수보다 0.7%∼14% 정도 적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그러나 국가정보원법 및 통신비밀보호법 규정에 따라 그동안 불법 감청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국가정보원의 불법감청 여부 및 검찰 경찰이 실시한 감청의 구체적 내역은 이번 감사에서 제외됐다고 밝혀 감사원 감사의 한계를 드러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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