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정상화의 길은?…조동일, 박우희 교수 상이한 모색

  • 입력 2000년 3월 13일 19시 58분


대학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연구와 교육이다. 이 둘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지만 연구가 교수를 중심으로 한 것이라면 교육은 피교육자인 학생들을 중심에 둔 것이다.

최근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조동일교수와 경제학과 박우희교수가 대조적인 두 입장에서 대학의 나아갈 바를 모색하는 저서를 내놓아 화제가 되고 있다.

조교수는 ‘이 땅에서 학문하기’(지식산업사)에서 대학의 연구기능 강화를 주장하고 박교수는 ‘대학 거듭나기’(솔)에서 대학의 교육기능 정상화를 주장한다.

조교수는 이미 1990년대 초부터 ‘우리 학문의 길’ 등의 저서를 통해 연구에 전념하기 어려운 우리의 학문풍토를 비판해 왔다. 조교수가 이번에 다시 문제를 제기한 것은 “김대중 정부 출범 후 경쟁력과 시장논리를 내세워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인문학이 고사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연구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조교수가 내세우는 대안은 우선 대학연구소를 강화하는 것이다. 국립이든 사립이든 국가가 적어도 5년 동안 조건없이 연구소를 지원해 교수들이 연구에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가도 연구시간만 빼앗는 연구계획서로 할 것이 아니라 5년 뒤에 공신력 있는 학술원에서 ‘연구성과’를 평가해서 연구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교수는 상공부무역위원장, 생산기술연구원장,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 등 경제실무와 대학행정에도 관여해 왔지만 이번에 제기한 문제는 대학 조직의 개혁 문제가 아니라 ‘대학정신’의 회복문제이다. 박교수는 “대학생들이 4년 동안 능률만 배워서는 한국사회를 이끌어갈 재목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박교수는 ‘지성 덕성 및 리더십 함양을 위한 인간 교육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4개국을 직접 돌아다니며 나라마다 젊은 인재들에게 올바른 정신을 길러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에 주목했고 이를 참고해 일단 가치관 확립, 리더십 배양 등을 포함한 한 학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한다.

연구와 강의의 비중에 대한 두 교수의 생각은 사뭇 다르다.

조교수는 “지금처럼 교수가 연구할 시간이 없어서는 강의할 밑천이 없다. 그저 학문을 수입해서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똑같은 학문 수입업자만 길러낼 뿐이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박교수는 “강의하며 토론하는 것은 어느 정도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수의 수와 연구비를 크게 늘이는 것이 교양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는 데는 박교수도 동의한다.

특히 강의 경력이 부족한 강사들은 전문적 연구에 치중하고 원로 교수들을 중심으로 교양교육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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