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니스 업계, 학벌-나이 파괴 채용 새바람

  • 입력 2000년 2월 12일 20시 07분


7일부터 신입사원 지원서를 받기 시작한 유니텔의 인사 담당자들은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분류가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들이 지원서를 냈기 때문이다.

유명 증권사 지점장이 지원을 했는가 하면 대기업 마케팅 담당 이사, 펀드 매니저, 심지어는 ‘중졸 학력이 전부지만 영어 동시 통역 가능’이라는 이색 지원자까지 몰렸다. ‘나이 학력 전공 불문’이라는 모집 방식이 파격적이라고 자평하기는 했지만 이처럼 파괴력이 클지는 몰랐다는 반응이다.

유니텔처럼 학벌이나 전공 나이 등 ‘구시대적인’ 잣대보다는 실제 능력과 열정을 중시하는 새로운 채용 풍속도가 e비즈니스 분야를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 재능-열정 갖추면 OK ▼

데이콤은 최근 인터넷방송국 웹자키를 모집하면서 학력과 나이에 관계없이 음악 외국어 개그 등 분야별로 재능과 열정을 갖춘 사람은 누구나 응시하도록 했다. LG칼텍스정유와 코세스정보통신도 최근 실시한 프로그래머 및 그래픽 디자이너 모집에서 ‘학력 불문’을 내걸었다.

인터넷에서 대회를 열어 인재를 모으기도 한다. 삼성물산은 다음달초까지 실시하는 ‘주니어 벤처 과거(科擧)’에서 장원에 오르는 학생을 직원으로 채용한다. 일부 벤처기업들은 게임대회나 해킹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네티즌을 점찍을 움직임.

e비즈니스의 채용 패턴 변화는 외국에서도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 일례로 전세계의 통신을 도청해 영국 정부 및 군 기관에 정보를 제공하는 영국 통신본부(GCHQ)는 인터넷 웹사이트에 수수께끼를 올려놓고 이를 해독하는 사람을 채용하고 있다.

▼ 대기업도 변화 움직임 ▼

인터넷 업체뿐만 아니라 일반 대기업도 변하고 있다. 지난해말 제일제당을 필두로 나이 제한을 없앤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학벌보다 특기를 중요시하는 분위기도 확산돼 제일기획의 경우 올해 동아일보 등 언론사 신춘 문예 당선자 4명을 카피라이터로 특채했다.

삼성은 달라진 법률 환경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기 위해 작년말 사법연수원 수료자 가운데 10여명을 접촉, 이중 6명을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자들의 응시 태도도 변하고 있다. 지원서에 홈페이지 주소를 첨부, 인터넷 실력을 강조하는 응시생이 늘고 있다. 지난해말 데이콤 공채 서류심사에 합격한 응시생 가운데 56.8%가 개인 홈페이지를 구축했다.

채용 패턴의 변화는 11일 경제 5단체장이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신입사원 연령제한제도를 없애기로 합의해 더 가속될 전망이다.

<금동근·홍석민기자>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