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軍가산점 존속' 배경]총선악재 우려 '뒤집기'

  • 입력 2000년 1월 7일 19시 53분


정부와 여당이 위헌판결이 난 군필자 가산점부여 제도와 관련, ‘폐지’ 대신 ‘보완’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은 가산점제도 폐지에 따른 ‘남심(男心)’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동안 여당은 가산점제도 폐지 이후 사이버공간 등에 나타난 남성들의 반발이 총선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해 왔다. 실제로 군복무 중인 유권자는 98년 지방선거 기준으로 55만여명 규모. 여기에 군복무를 마친 취업준비생을 합치면 이 제도 실시 여부에 따른 이해 당사자가 수백만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당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피하면서 남성들의 분노를 잠재울 묘안을 짜내느라 고심해왔다. 그 결과 당정은 6일 여성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부여한다는 명목으로 군필자 가산점제 대신 ‘국가봉사경력 가산점제’라는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

그러나 여성단체들이 즉각 “헌법정신을 무력화시키려는 조치”라며 연대투쟁을 결의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이 제도가 입법화되기까지에는 큰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한국여성민우회 최명숙(崔明淑)사무국장은 “사기업에까지 이 제도를 권장한다면 기존 남녀고용평등법으로도 막지 못해 온 여성들의 취업차별은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당정이 내놓은 ‘국가봉사경력 가산점제’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도 많다. 당정은 사회복지시설에서 봉사한 경력을 봉사시간에 따라 가산점을 주겠다는 시안만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배점기준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도 그동안 많은 문제를 드러냈던 중고생들의 봉사활동 점수화제도와 마찬가지로 봉사기록 허위 작성 등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는 “어떤 식으로든 제대군인에 대한 사회적인 보상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새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을 뿐”이라고 반론을 폈다. 대만의 경우도 공무원이나 공기업체 채용시험에서 제대군인에 대한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고 미국도 공무원 임용 때 2년 이상 복무제대 군인에 대해서는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는 게 당정의 설명.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한 연구관은 “미국의 베테랑이란 우리와 같은 ‘모든 제대군인’이 아니라, 참전했거나 군에서 부상한 퇴역군인”이라며 “우리도 이 경우에는 국가유공자로서 별도의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당정은 공청회 등 여론수렴절차를 거쳐 상반기 중에는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 등 관계법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김진경·공종식기자>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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