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회장 중병설]美암센터서 진료 확인

  • 입력 2000년 1월 7일 19시 53분


삼성그룹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중병설은 사실일까.

삼성 구조조정본부가 6일 ‘결핵성 임파선염’이라고 병명을 밝히고 적극 진화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궁금증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삼성측이 몇차례 사실과 동떨어지게 이회장 근황을 설명, 신뢰성에 금이 간데다 6일의 해명 역시 모친 박두을(朴杜乙)여사의 장례에 불참할 정도의 사유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 때문.

▽암센터에서 진료 중〓이회장은 지난해 11월말 삼성서울병원에서 1차 진단을 받고 다음달 12일 출국, 현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머물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가까운 휴스턴의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검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MD 앤더슨 암센터 관계자는 6일(현지시간) 동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Kun H. Lee씨가 3일 폐암치료 전문인 한국인 의사 이진수박사에게 진찰을 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Kun H. Lee는 이건희 회장의 영문 이름이며 주소지도 삼성그룹 미주본사가 있는 뉴저지주 잉글우드로 기재돼 있어 진찰받은 사람은 이회장임이 확실시된다. 그러나 삼성그룹 미주본사측은 이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으며 주치의 이박사는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출장 중이어서 연락이 닿지 않았다.

MD 암센터 관계자는 “이회장이 10일에도 혈액검사와 X레이 검사를 받기 위해 예약이 돼있으며 17일에 다시 혈액검사, 31일에는 방사선 검사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폐암설이 맞나〓이같은 정황으로 미루어 증시에는 이회장 폐암설이 상당히 퍼져있는 상태. 결핵성 임파선염이라면 굳이 ‘억측을 자초하며’ 암 전문병원과 폐암전문가를 찾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그러나 내과의들은 “예정된 진료내용이 폐질환뿐만 아니라 결핵성 임파선염에 대한 진단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들”이라며 예단을 피하고 있다. 목주변에 돌기형태를 띠는 임파선염이 흉부에까지 전이됐다는 의심이 들면 X선 촬영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것. 또 이회장이 입원을 한 상태에서 정밀검사를 받지 않고 검진일자가 드문드문 정해진 것도 국내병원의 암환자에 대한 관행과는 다른 것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임파선염일까〓삼성측 설명대로 임파선염으로 단정하기엔 모친의 장례식 불참이 석연치 않다. 결핵성 임파선염은 대개 발병 상태에서도 일상 업무가 가능하며 설사 박여사가 타계한 3일 조직검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5일 발인까지는 귀국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측은 이에 대해 “3일경 이회장이 극심한 감기몸살에 걸려 임파선염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래정기자·워싱턴〓홍은택특파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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