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특검제 결산]풀어야 할 숙제 7가지

  • 입력 1999년 12월 22일 19시 59분


옷 로비 의혹사건과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에 대한 최병모(崔炳模) 강원일(姜原一)특별검사팀의 수사는 기존 검찰이나 청문회가 밝혀내지 못한 새로운 진상을 많은 부분 밝혀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처음 도입된 특검제는 시행 과정에서 법안 자체의 미비점이나 법이 예상하지 못한 현실적인 문제점을 상당부분 노출했다.

기존 검찰이 수사할 수 없거나 수사하는 것이 적당치 않은 권력 핵심부의 비리나 검찰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다시 특검제가 실시될 경우 무엇을 고려해야 할지를 살펴본다.

▼수사대상▼

특검제법이 수사대상을 지나치게 제한했다는 것은 수사기간 내내 가장 큰 문제가 됐다.

특검법은 ‘검찰총장 부인에게 의류를 제공했다는 의혹사건’과 ‘대검 공안부가 한국조폐공사 노조의 파업을 유도했다는 의혹사건’으로 수사대상을 한정하고 ‘이와 직접 관련된 사항’만 수사토록 했다.

이 때문에 최특검팀은 연정희(延貞姬) 정일순(鄭日順)씨 등의 위증 혐의를 기소하지 못하고 검찰에 수사를 넘겨야 했다.

▼수사상황 공표금지▼

특검이 수사상황을 공표하면 3년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것은 대표적 ‘독소조항’이다.

특검제가 진실규명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취지로 도입된 것인데 반해 특검을 아예 ‘벙어리’로 만든 것은 법의 정신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최특검이 이 조항 때문에 피의자인 정씨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하는 웃지못할 사태도 벌어졌다.

▼영리업무 금지▼

특검법이 ‘특별검사 등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고 규정한 데 대해 이견이 없다. 그러나 수사가 끝나고 특검이나 특검보 1인이 재판을 진행하는 기간에는 영리업무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두 특검이 관련자 기소를 모두 검찰에 떠넘긴 이유도 일단 기소하면 특검이나 특검보가 최장 7개월간 변호사 업무를 못하고 재판 하나만 붙들고 있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작용했다.

▼파견검사제▼

특검은 2명의 파견검사를 요청할 수 있다. 두 특검은 모두 검사 2명씩을 파견받았다. 그러나 두 사건이 검찰이 관련된 사안이어서 내내 정당성 시비의 대상이 됐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로 특검의 입장에서는 수사실무를 아는 검사나 검찰출신 변호사가 절실하다. 그러나 검사나 검찰출신 변호사가 ‘친정식구’를 단죄할 수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수사기간▼

두 특검팀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기간이 제한돼 폭넓은 수사를 못한 데 아쉬움을 표시했다. 일부에서는 두 사건 모두 검찰수사와 청문회 등을 거친 만큼 2개월로 시간은 충분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하지 않은 전혀 새로운 사건에 대해 특검제를 도입할 경우 수사대상을 한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가 다수다.

▼특별수사관의 지위▼

특별수사관은 대부분 변호사였다. 그러나 법은 이들에게 ‘경찰관’의 지위만을 부여했다. 형사소송법상 검사가 아닌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피의자나 참고인 진술조서는 법정에서 곧바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아 다시 진술자를 법정에 세워야 하는 등 법절차상 번거로운 문제들이 있다. 두 특검은 실제로는 특별수사관들에게 ‘검사’와 대등한 임무와 권한을 부여했다.

▼관련기관 협조▼

특검은 사건과 관련된 수사기록이나 증거 기타 자료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이나 경찰 등이 요청에 불응할 경우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어 협조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최특검팀은 사직동팀이 일부 피내사자의 진술조서를 누락시키고 기록을 제출했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나 관련자들을 처벌하지 못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