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감청 증거 폭로…김형오의원 국감서 주장

  • 입력 1999년 10월 15일 23시 03분


디지털 휴대전화간 감청이 불가능하다는 정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이 휴대전화간 감청을 의뢰한 증거가 발견돼 휴대전화 불법감청 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또 감청대상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감청 요구에 대해서도 법원이 통신제한조치허가서를 발부해 감청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15일 실시된 국회 과기위의 한국통신 국감에서 김형오(金炯旿·한나라당)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수사기관들이 한국통신측에 감청을 의뢰한 전화번호들 중에 휴대전화 번호가 다수 포함돼 있다.

자료 가운데 춘천지법 원주지원이 작년 9월 발부한 통신제한조치허가서(일련번호98―12)에는 감청대상자의 집과 사무실 전화번호는 물론 휴대전화 번호인 ‘011―377―6xxx’가 기록되어 있고 ‘전화내용 감청 및 착신지 발신지 확인’이라고 기재돼 있다.

김의원은 “경주전화국에서 이뤄진 검찰의 통신제한조치 집행대장에도 통신제한조치 대상에 피의자 소유의 휴대전화 등 4건의 휴대전화 번호가 명시돼 있었다”며 “휴대전화 감청이 불가능하다면 왜 집행대장에 휴대전화 번호를 기재했겠느냐”고 따졌다.

김의원은 “이러한 감청의뢰와 기록들로 볼 때 011과 016, 혹은 018과 019 등 타사업자간의 휴대전화 통화시 반드시 경유해야 하는 한국통신의 중계유선통신망을 통해 실제 감청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짙다”고 밝혔다.

김의원은 또 “통신 감청과 개인정보제공의 허가 집행 관리체제도 매우 허술하다”며 일례로 수원지법이 작년 9월 발부한 통신제한조치허가서(일련번호98―34)의 경우 대상자의 이름이 없는데도 긴급감청이 허가됐고 감청 일시도 부정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의원은 “울산 동부경찰서가 법원에 청구한 통신제한조치허가서에는 피의자 9명과 이름이 적혀 있지 않은 200여명 피의자의 21개 전화번호에 대한 감청요구가 있었다”며 “이는 수사기관들의 감청이 거의 무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김의원은 “감청에 앞서 이뤄지는 대상자의 개인정보제공도 올들어 하루평균 217건에 대상인원은 2515명에 달한다”며 “작년에 비해 정보제공건수는 줄었지만 대상자수로 보면 72.8%나 늘었다”고 지적했다.

김의원은 한국통신측에 법원 검찰 문서와 해당 전화국의 감청협조대장을 비교하자고 요구했으나 이계철(李啓徹)한국통신사장은 “협조대장은 3급 비밀문서여서 정보통신부 장관의 인가가 있어야 한다”며 문서공개를 거부했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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