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특별검사 4명 추천]수사능력보다 공정성 주안

  • 입력 1999년 10월 6일 19시 47분


대한변호사협회가 옷로비사건과 파업유도 사건의 특별검사 후보4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함으로써 이번주중으로 사상최초의 특별검사가 탄생하게 됐다.

물론 이전에도 부천서 성고문 사건 등에서 공소유지 변호사가 등장해 ‘특별검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형사소송법상의 재정신청 제도에 따라 법원에 의해 임명돼 공소유지(재판진행)만을 담당하는 제한된 의미의 특별검사다. 따라서 특별법에 의해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게 된 진정한 의미의 특별검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별검사 후보로 추천된 4명 중 강원일(姜原一)변호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의외의 인물이다. 수사경험이 많은 검찰 간부출신은 강변호사와 최중현(崔重玹)변호사 뿐이다. 박원순(朴元淳)변호사는 검사 경력이 1년 밖에 안되고 최병모(崔炳模)변호사는 판사 출신.

김창국(金昌國)변협회장은 “특별검사제는 검찰수사에 대한 불신 때문에 도입된 것이므로 남다른 특별한 수사능력보다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후보선정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들중 2명(최병모변호사와 박변호사)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소속인 점도 눈길을 끈다.

변협은 후보자 선정과정에서 유력 후보자들이 완강하게 고사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었다. 변협 관계자는 “강변호사를 포함해 유력 후보자들이 특별검사 후보 수락을 끝까지 고사했다”며 “강변호사의 경우 후보추천위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표를 얻었기 때문에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추천했다”고 전했다. 후보자들이 고사한 가장 큰 이유는 특별검사의 권한이 아주 제한돼 있다는 점 때문이다. 김회장은 “정치권이 특검제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특별검사의 권한을 보통검사보다 못하게 만들어 후보자 대부분이 고사했다”고 말했다.

김회장은 “특별검사가 수사성과를 거두려면 특검제법의 독소조항이 무력해지도록 국민과 언론이 성원을 보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은 3일 이내에 이들중 2명을 특별검사로 임명해야 한다. 특별검사는 임명된 날부터 10일 동안 수사인력 선정 등 수사준비를 한 뒤 바로 수사에 착수해 30일간 수사를 진행하며 필요할 경우 수사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다.

특별검사는 정부에 직무수행 예산을 신청할 수 있고 사무실은 검찰청이나 국회 등 정부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변협에서는 보안 등의 문제로 강남지역에 별도의 사무실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인력은 검찰에서 사건당 12명씩 지원받을 수 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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