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교육헌장/요즘 아이들]곁눈질…건들건들…

  • 입력 1999년 4월 4일 20시 08분


‘정면을 응시할 줄 모르는 시선’ ‘한두마디로 툭툭 끝내는 어법’ ‘건들거리는 듯한 행동’.

요즘 학생들의 특징이다. 전통적 시각에서는 온통 ‘정서불안’과 ‘태도불량’으로 비칠 수 밖에 없는 이런 행동을 그들은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 강남 D고에서 만난 전교조 출신의 김모교사(40)는 이런 학생들의 새로운 문화와 교사들의 전통적 가치관의 충돌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요즘 아이들은 자신들끼리 이야기할 때도 눈을 맞추는 법이 없습니다. 삐딱한 자세에 고정되지 않은 시선으로 몸 어딘가를 계속 흔들고 있죠. 교사들은 대개 이런 태도를 보면 ‘똑바로 앉아’라고 호통을 치지만 애들 입장에서 그게 바로 똑바로 앉은 거지요.”

청소년들과 대화를 해보면 말을 매우 짧게 한다. 한문장이 보통 2,3단어로 끝난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黃相旻)교수는 이런 청소년문화의 특징을 ‘분절적 사고형태’라고 표현했다.

완결된 스토리가 쭉 이어지는 어법보다는 연결고리가 없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툭툭 던지는 어법에 친숙하다는 설명이다.예고없이 만났다가 바로 헤어지는 컴퓨터통신, 이미지로만 구성된 TV프로그램과 뮤직비디오 등이 그 문법의 뿌리다.

황교수는 “전방위적으로 아무렇게나 내뱉은 말들 같지만 이를 종합해보면 그들만의 의미가 있다”며 “성인들은 ‘그러면 그 종합적 의미가 뭐냐’며 또다시 논리적 설명을 원하지만 아이들은 아예 그런 표현방식을 모른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요즘 청소년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청소년문화를 ‘정상적인 것’으로 수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