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임대차법「확정일자 받은 다음날 효력」조항 피해

  • 입력 1998년 10월 24일 20시 02분


세입자 보호를 위한 ‘확정일자’ 제도의 효력발생 시점이 다른 담보물권(저당권 등)의 효력발생 시점과는 달리 하루가 늦어 세입자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피해를 보고 있다. 저당권은 ‘설정 당일’ 효력이 발생하는 데 반해 임대차보호법상의 확정일자 제도는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한 다음날’부터 효력이 발생한다고 돼있어 전입신고 다음날 저당권이 설정되면 확정일자의 최우선권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권상준(權相準·33)씨는 95년 10월2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다세대 주택에 5천만원의 전세금(임대보증금)을 내고 입주했다. 권씨는 10월16일 동사무소에 전입신고를 하면서 확정일자까지 받았다. 전입신고를 한 그날까지 다세대주택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

권씨는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으면 다른 채권자가 저당권을 설정하더라도 우선적으로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돼있는 ‘확정일자’ 제도를 믿고 안심했다.

그런데 다음날(17일) 집주인은 K은행에서 3천6백만원을 대출받으면서 저당권을 설정했다.

그 후 집주인이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바람에 권씨가 세든 집은 경매에 넘겨졌다. 두차례 유찰 끝에 지난달 3차 경매에서 3천7백만원에 낙찰됐다. 권씨는 확정일자를 받아놓았던 만큼 전세금 5천만원을 우선적으로 돌려받을 권리가 있다며 일단 경매대금 3천7백만원을 전액 돌려달라고 법원에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권씨의 전세금채권과 K은행의 저당권이 같은 순위에 있으므로 각자의 채권액 비율에 따라 2천2백만원과 1천5백만원씩 나눠가지라는 결정을 내렸다. 권씨의 전세금 채권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 규정에 따라 전입신고를 한 다음날부터 효력이 발생하고 은행이 설정한 저당권은 민법규정상 설정 당일 효력이 발생하므로 결과적으로 같은 날 효력이 발생했다는 설명이었다.

이에 대해 윤기원(尹琪源)변호사는 “그처럼 법을 적용하고 해석하면 세입자가 전입신고를 한 뒤 집주인과 채권자가 짜고 다음날 저당권을 설정할 경우 세입자들은 속수무책”이라며 “임대차보호법상의 ‘전입신고 다음날’을 ‘다음날 0시’로 해석하고 저당권은 설정한 시간에 효력이 발생한다는 식으로 시간적 선후관계를 따져 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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