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근로사업 실업구제 효과?]생산성없이 하루 소일

  • 입력 1998년 9월 28일 19시 06분


실업자 구제와 공공부문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올 한해만 1조원을 투입해 시행중인 공공근로사업이 투자효과가 거의 없는 ‘돈 나눠주기식’의 선심성 사업이나 영세민 구제사업으로 변질됐다.

24일 서울 강남구 세곡동 탄천 공공근로사업장. 40명이 제방주변에서 한가로이 잡초를 뽑고 있는데 이중 30명은 여성. 실은 이 일은 환경미화원이 해야 할 일. 다른 공공근로사업현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간 떼우기식의 단순노동으로 일관하는 공공근로사업은 오히려 실업자의 자활의지를 꺾고 있다. 22일 서대문구 연희동 연희교차로부근 공공근로사업장. 40여명이 잡초를 뽑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신문만 읽으며 놀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20년 동안 건설현장에서 일했다는 고모씨(42·전직 건설회사 과장·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는 “할머니들과 함께 잡초만 뽑고 있으니 무력감에 빠져 일할 의욕이 나질 않는다”면서 “뭔가 생산적인 일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노동연구원 이장원(李章源)박사는 “공무원들이 공공근로를 막노동쯤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업자의 경력을 한눈에 읽을 수 있도록 전산화하는 동시에 다양한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사업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기·이승재·이완배기자〉watch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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