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50돌/미리보는 건국 1백년]정치

  • 입력 1998년 8월 14일 19시 56분


▼ 통일 후유증 ▼

〈K씨(35)는 ‘뭐가 좋다고 통일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가끔 한다. 통일세가 연봉의 10%에 이른다. 한때 서울에서 최고 부자들이 사는 동네였다는 강남의 한 거리는 북한 출신들이 주로 모여사는 빈민촌으로 변했다.〉

1996년 마커스 놀란드 등 미국 경제전문가 3명은 “통일 후 25년간 남한은 북한에 1조2천억달러(1천5백조원)를 투자해야 한다”고 예측했다. 또 북한의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남한의 60%에 달할 때까지 북한 인구의 75%가 남한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일 직후의 들뜬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하면 중산층은 통일비용으로 무거워진 세금에 불만을 갖게 될 것이다. 저소득층은 북한에서 온 노동자들과 치열한 취업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에 적응하지 못하고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릴 북한 출신은 남한 사람들에 대해 큰 반감을 갖게 될 것이다.

▼ 新부족국가론 ▼

〈K씨와 부인 L씨(33)는 총선을 앞두고 ‘신삼국 프로젝트’를 들고나온 ‘22세기혁신당’에 마음이 끌리고 있다. 이 당은 한반도를 경제분야에서는 하나의 통합체로 유지하되 내부적으로는 부족국가 수준의 독립을 유지하는 삼국으로 나누자고 주장한다.〉

네덜란드의 양조재벌 프레디 하이네켄은 “하나의 정부가 통치하기에 가장 적절한 인구는 5백만명에서 1천만명 사이”라며 “유럽을 75개 국가로 나누자”고 제안해 논쟁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이 제안의 실현여부는 별개로 치더라도 영국의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스페인의 카탈로냐와 바스크, 캐나다의 퀘벡은 21세기에 들어서면 독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에서도 티베트나 위구르족의 독립이 점쳐지고 있다.

미래학자 존 내이스비트는 21세기 중반에 지구상엔 1천개 가까운 국가가 출현할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50년후의 한반도는 어떨까. 남북이 통일한다 해도 남북 갈등이나 영호남 갈등이 여전히 골치아픈 문제로 남아 있을 것이다. 20세기적인 민족국가 이데올로기로는 이런 갈등을 풀 수 없을지 모른다.

▼ 중국의 세기 ▼

〈K씨는 20세기가 미국의 세기라면 21세기는 중국의 세기라고 믿고 있는 사람중의 하나다. K씨는 인터넷 베이징(北京)대를 졸업한 수재. K씨가 다니는 회사의 중국 현지법인 주식은 상하이(上海)증시에 상장돼 있다. 상하이 증시는 도쿄(東京)나 홍콩증시를 제치고 아시아의 가장 중요한 시장이 된 지 오래다.〉

중국은 1인당 GNP를 2010년까지 1천5백달러, 2050년까지 선진국 수준인 1만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12억 인구의 중국이 1인당 GNP를 1만달러로 끌어올리면 현재 미국 경제규모의 2배가 되는 셈이다.

특히 중국본토를 중심으로 전세계에 뻗어있는 화교조직의 네트워크는 다국적 기업들의 가장 효율적인 경제조직 모델의 하나다. 현재 5천만명이 넘는 중국인들이 조국을 떠나 살고 있다. 이 세계최대 종족이 뭉쳐 일어선다면 세계최강의 자리를 넘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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