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잠수정 침투 과정]엔진끄고 무동력 표류

  • 입력 1998년 6월 28일 08시 41분


북한 잠수정은 집요하게 ‘적화통일혁명’을 꿈꾸는 북한 노동당 소속 공작선의 전형적인 작전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잠수정 항해 반경을 최대로 넓힌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북한 유고급 잠수정에서 발견된 기록에는 철저히 ‘무월광(無月光)야간항해로 은밀침투 극대화’라는 공작선 운용지침에 따라 침투시킨 것으로 돼 있다.

공작선 침투훈련기지로 알려진 북한 원산앞 황토섬에서 잠수정이 출발한 시간은 20일 오후 6시반, 음력 5월26일로 야간에 달빛이 거의 없는 밤이었다.

낮동안 물밑 남하를 계속한 잠수정은 21일 오후 8시반경 안내원과 공작원을 내리기 위한 ‘어떤’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번 유고급 잠수정은 각종 레이더의 탐지를 피하기 위해 철로 된 외부선체의 일부를 특수재질(FRP)로 덧입혀 우리측 감시망을 벗어났다. 항해시 소음을 줄이기 위해 날개가 5개인 스크루를 장착하고도 야간에만 움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당국은 무엇보다 작전 반경이 3백㎞ 내외로 알려진 유고급 잠수정이 모선(母船)없이 원산앞 기지에서 출발한 사실에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잠수정은 작전을 마치고 복귀할 수 있는 충분한 거리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3백40㎞에 달하는 원산에서 속초까지 왕복침투로에는 유고급 잠수정이 동원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해왔다는 얘기다. 군 당국은 지금까지 잠수정이 직접 침투하기 위해 출발하는 기지로 원산 이남의 장전과 송전기지를 꼽아왔다.

이번 잠수정의 작전기록을 통해 새롭게 밝혀진 사실은 잠수정이라도 엔진을 끄고 무동력 상태로 수중 해류를 따라 표류하면 작전반경을 더 넓힐 수 있다는 점. 안내원으로 보이는 3명의 옷에서 간성 속초 양양 주문진 강릉 묵호 삼척 일대의 상세지도가 나온 것도 침투 후 도주용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별취재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