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수사/의문점]원준위 통장 40억 入出내용 밝혀야

  • 입력 1998년 6월 22일 19시 37분


국방부의 22일 병무비리 수사결과 발표는 이례적인 장성명단의 공개에도 불구하고 몇갈래의 의문과 과제를 남기고 있다. 사상 최대규모의 병무 비리에 대한 국민적 궁금증을 해소하기에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수뢰액수▼

군검찰은 지난달 12일 병무비리의 핵심인물인 원용수(元龍洙·53·전 병무청파견 모병연락관)준위를 구속하면서 95년 1월에서 98년 3월까지 그가 거래한 시중은행 계좌 25개에서 모두 40억4천만원이 입출금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군검찰은 이 거래내용중 병역면제 16건, 카투사 선발 49건, 수도권 보직 36건, 특기병 선발등 18건, 입대일 조정 10건 등 모두 1백38건에 5억4천여만원이 병무비리와 관련해 수수된 금품이라고 발표했으나 나머지 금액(35억여원)이 어떤 용도로 입출금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원준위가 중기대여업을 해 금전거래가 많았다는 설명이지만 사업관계에 의한 거래는 쉽게 가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40억4천만원중 비리관련 액수가 5억4천만원뿐”이라는 설명에 국민은 의아해 하고 있다.

▼추가 명단▼

잠적한 원준위의 부인이 무려 8권에 이르는 청탁자 명단을 더 갖고 있다는 게 군수사관계자들의 얘기다. 군검찰이 겨우 2권만을 확보해 97년1월부터 98년3월까지 14개월치의 비리 메모를 파헤친 것이 이번 수사결과일 뿐이다. 따라서 원준위가 10여년간 모병연락관 근무를 하면서 저지른 병무비리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 장성▼

이번 발표에는 현역 장성들은 대다수가 부대 배치상황에 대한 단순문의나 입영일자 조정부탁만 한 것으로 되어 있다. 심지어 현역 복무면제가 가능한 것을 ‘청탁’을 해 입영시켰다는 경우도 나온다. 그러나 이같은 발표에 공감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실제로 모든 관련자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엄명이 떨어졌을 때 국방부근무 장교들은 “한국 사회풍토에서 친구나 친지의 아들에 대한 보직이나 배치청탁을 안해본 장교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