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노사정委 불참배경]재벌청문회등 무리수 제의

  • 입력 1998년 6월 3일 19시 34분


3일 출범한 제2기 노사정위원회에 민주노총이 끝내 불참한데 대해 온 국민이 실망하고 있다. 노사정이 힘을 모아 하나가 되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국민여망에 등을 돌린 것이라는 지적들이다.

더욱이 민주노총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방미 경제외교에 협조하겠다면서도 이 기간중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노동운동 차원을 떠나 “도대체 누구를 위한 투쟁이냐”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정부와 민주노총은 2일 밤 늦게까지 협상을 벌여 부당노동행위 근절대책, 산업별 중앙교섭 인정 등에 대한 잠정적인 합의문까지 작성했으나 민주노총 지도부가 이 안을 거부하는 바람에 뒤틀리고 말았다. 민주노총이 다시 내놓은 수정제의는 전보다 더 강경한 요구사항이 대부분이었다. 이에따라 민주노총은 애당초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할 뜻이 없었으며 단지 정부로부터 보다 많은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적인 차원에서 협상에 임하는 척했던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노동부는 “‘끝까지 버티면 더 나온다’는 사업장의 협상전략을 정부에까지 구사하려는 것은 곤란하다”며 “이런 식으로 강경노선을 고집할 경우 결국 판을 깨자는 뜻이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노총 제안 중에는 재벌청문회를 개최, 재벌총수의 재산을 헌납하도록 하고 산업별 고용안전협약을 체결하자는 등 정부의 권한을 넘어서고 사용자측도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도 들어있어 관계자들을 아연케 하고 있다.

노동부측은 민주노총이 이처럼 강경노선을 고집하는 것은 이갑용(李甲用)지도부가 조직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3월 정리해고제 철폐 등을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3표차로 당선된데다 금속산업연맹 등 민주노총내 거대조직에 휘둘려 현실과 괴리감이 있는 강경노선으로 내몰린다는 분석이다. 또 위원장이 나름대로의 철학을 갖고 조직을 이끌지 못하고 중앙위원회나 대의원대회의 추인을 반드시 받도록 된 의사결정 구조도 문제. 한국노총 박인상(朴仁相)위원장이 제1기노사정위때 직권으로 합의해주고 대의원들을 설득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따라서 정부내에도 더이상 민주노총에 끌려다닐 것이 아니라 분명한 원칙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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