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7호선 시승기]첨단 지하철이 기적열차「전락」

  • 입력 1998년 5월 11일 19시 46분


중랑천 범람에 따른 침수사고로 지난 2일부터 운행이 중단된 서울지하철 7호선.

10, 11일의 시험운전을 거쳐 수동방식으로 11일 오후5시부터 운행이 재개됐지만 96년 개통 당시 자랑했던 첨단 지하철이 아니었다. 수신호에 따라 기적을 울리며 달리던 70년대 기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1일 오전 서울 지하철7호선 마들역. 7071호 전동차가 요란한 경적과 함께 역 구내로 미끄러져 들어와 멈춰섰다.

수동버튼을 눌러 출입문을 연 기관사는 승객이 승하차하는 모습을 후사경으로 살펴본 뒤 출입문을 닫고 다음역으로 향했다. 기관사는 터널에 작업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연신 경적을 울리며 조심조심 운행했다.

열차가 하계역에 들어서자 역무원은 승강장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에 들어가 하계∼중화역 사이 4개역에 전동차가 없음을 확인하는 ‘운전명령서’를 받은 뒤 전동차를 다시 몰았다.

선로가 굽은 중화역과 용마산역은 승하차에 주의가 필요한 곳이라 역무원들이 승강장을 살피고 있었다. 기관사 백광기(白光基·31)씨는 “승강장 폐쇄회로TV가 모두 고장나 승객이 문틈에 끼였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열차 내부의 흔들림도 자동운전 때보다 심했다. 좌우로 심하게 흔들려 손잡이를 잡지 않으면 그냥 서있기 어려울 정도. 급제동이 걸리면 몸이 앞으로 쏠렸다.

최고속도를 45㎞로 제한, 평소 35분 걸리던 도봉산∼건대입구역 구간이 이날은 45분이나 걸렸다. 배차간격도 평소 3,4분에서 15분 이상으로 늘어났다.

기관사 손병갑(孫炳甲·28)씨는 “배차간격이 길어지면 한 전동차에 타는 승객이 늘어나므로 승하차 시간을 포함하면 평소보다 30∼40분 정도 일찍 출근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침수가 가장 심했던 태릉입구역이나 면목 공릉 중화역 등은 아직도 천장 일부에서 물이 새는 등 준비가 완전해 보이지 않았다. 다른 역도 대부분 에스컬레이터와 환풍기가 고장나 있었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서울YMCA 도시연대와 도시철도공사노조는 11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안전대책없는 7호선 운행재개를 즉각 중지하라”고 주장했다.

〈하태원·하정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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