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급 인사]검찰간부 新-舊조화 「조용한 혁신」

  • 입력 1998년 3월 20일 07시 30분


‘소리 안나는 혁신’ 19일 발표된 검찰간부 인사는 한마디로 그렇게 평가할 수 있다. 일부 검사장을 퇴진시키고 공안부장 등 요직을 파격적으로 운용함으로써 숙정과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지역 안배와 신구(新舊)세력의 조화를 꾀한 인상이다.

이번에 가장 관심을 모았던 자리는 선거와 노동 등 국가의 공안실무를 책임지는 대검 공안부장과 사정수사를 책임지는 대검 중수부장에 누가 임명될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법무부는 공안부장에 ‘비(非)공안 비(非)호남’ 출신인 진형구(秦炯九)대검 감찰부장을 기용했다. 이에 대해서는 “비호남으로 권력핵심의 보복이라는 인상을 피하면서 공안 때가 묻지 않은 검사로 기존의 공안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겨냥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진부장이 김영삼(金泳三)정권과 유착됐던 사람인 만큼 개혁 주체로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명재(李明載)중수부장은 TK출신이라고는 하나 ‘정통 특수수사검사’로 인정받고 있는 인물. 강직하면서도 합리적이고 온건한 그의 성품을 알면서도 기용한 것은 집권측이 정권교체기의 이른바 ‘푸닥거리(과거청산)’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읽어도 무방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울지검장을 비롯한 일선 검사장은 지역과 서열 등을 고려해 원만한 인사를 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고검장 승진에서 탈락한 뒤 사퇴를 요구받은 것으로 전해진 안강민(安剛民)서울지검장은 대검 부장 중에서 서열이 높은 형사부장에 임명함으로써 ‘뒷말’의 소지를 줄였다.

검사장 승진 5명은 호남과 서울 마산 제주 출신 등에 적절히 배분했다. 지나칠 정도로 지역안배에 신경을 쓰는 바람에 승진이 유력했던 일부 유능한 호남출신들이 탈락, “전에도 지역차별로 손해보고 이젠 호남이라고 또 불이익이냐”며 ‘역(逆)차별’이라는 불만도 터뜨리고 있다.

〈이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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