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3D직종 U턴…철강 섬유 인쇄업등에 몰려

  • 입력 1998년 1월 13일 20시 04분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일까. ‘힘들고 더럽고 위험해’ 내국인이 취업을 기피했던 이른바 ‘3D업종’으로 국제통화기금(IMF)시대의 구직 행렬이 U턴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공장지대, 구로구 가리봉동 및 구로동 등의 인력중개 용역센터와 인력은행 등에는 힘이 들고 보수가 조금 낮더라도 ‘일을 하고 싶다’는 구직자들이 쇄도하고 있다. 13일 오후 성수동 공장지대. 2천5백여개의 철강 섬유 인쇄업체 등 3D업종이 밀집해 있는 이곳에서 과거 쉽게 볼 수 있었던 외국인 근로자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원화가치가 폭락하면서 고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근로자의 자리를 실직한 국내 근로자가 메워가고 있는 것.의류 염색공장을 운영하는 한동환(韓東煥·45)씨는 “지난해 초만 해도 이런 곳에서 일하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어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다 썼으나 지금은 내국인 구직자가 많아 사람을 보고 선발할 정도”라고 말했다. 인쇄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강모씨(53)도 “최근 들어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이 하루 평균 10여명이나 찾아온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5시경 서울 구로구 가리봉 오거리 ‘중앙인력개발’. 두툼한 잠바를 입고 어깨에 커다란 가방을 둘러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몰려든다.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35평 남짓한 사무실에는 5백여명이 들어차 발디딜 틈조차 없다. 오전 6시가 조금 지나자 이미 오늘의 일감이 다 배부돼 일거리를 얻은 사람 70여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발걸음을 돌린다. 대부분 1주일에 한차례만 일할 수 있고 일당도 6만원 이상에서 4만5천원 정도로 떨어졌지만 구직행렬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대학생 아르바이트도 예외는 아니다. 과외교사 자리를 얻기는 하늘의 별따기여서 막노동 이삿짐배달 주유소일 설거지 주방일 야간경비 호텔 접시닦기 주차관리요원 등에 지원이 쇄도하고 있다. 이런 아르바이트는 대개 임금이 싸 시간당 수당이 2천∼4천원에 불과하고 육체적으로 힘들어 학생들이 외면해온 업종. 건국대생 김모씨(20·여·3학년)는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시간당 2천원을 받으며 대학로 분식점에서 설거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 안산캠퍼스 취업정보실의 경우 그동안 단 한명도 지원을 하지않던 인근 반월공단의 생산보조직 구인에 70여명의 학생이 몰려들어 학교측을 놀라게 했다. 〈하태원·박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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